감사원, 전 정부 통계 왜곡 조사 진행···“재정·복지·조세 정책 흔들릴 사안”
통계청 처 단위 격상, 청장 임기 보장 필요성···국회도 관련 입법 본격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전 정부 시절 통계청이 소득과 고용 등 주요 정책 지표를 왜곡했단 의혹이 제기되면서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돼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을 처로 승격해 독립적 예산편성권을 부여하고 통계청장 임기를 보장해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환경을 보장해야 한단 조언이 제기된다. 여권에서도 통계청을 빅데이터 부분까지 다루는 통계데이터처 격상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현재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국가 통계에 왜곡이 있었단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실질감사는 지난 9월에 시작해 지난달 까지 착수했고 지금은 감사 관련 의견 수렴 기간이다. 대상 기관 감사에 대해 취합하고 정리하는 단계로 이후 감사위원회를 거쳐 홈페이지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조사 왜곡 의혹은 크게 소득과 고용 부분에서 제기된다. 지난 2018년 5월 통계청은 하위 20%가구 소득이 전년 대비 8% 가량 급감하면서 소득 격차가 사상최대로 벌어졌다는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정부가 전면에 내세운 소득주도성장을 부정하는 결과에 논란이 일었고 문재인 대통령은 가계동향 발표 3개월 뒤 통계청장을 교체했다. 이후 통계청은 표본 가구를 확대하는 등 조사방식을 바꿨고, 그뒤 소득분배 지표는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8월 통계청은 기존 비정규직이 전년 대비 86만7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한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과는 상반된 결과였다. 이에 당시 강신욱 통계청장은 지난해 조사와 같은 잣대로 조사한 것이 아니라 통계를 비정규직 증가로 보는 건 무리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 정부 통계청 행보가 정권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란 의혹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된다. 실제 감사원도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동일한 기관인 통계청에서 진행한 가계동향조사가 두 개 있다. 두 조사에서 월200만원 이하 빈곤층 비중 차이가 무려 7.1%포인트나 된다”며 “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전세계적으로 불평등한 국가이고, 새로 개편한 통계에선 우리나라가 소득평등도가 좋은 국가로 나타난다. 소득불평등 수준은 재정, 복지, 조세정책 판단 기준인데 이 기준이 흔들리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빈곤층을 같은 연도에 차이가 나게 한 것은 조작의 증거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부분은 전문적인 영역이라 까다롭기는 하지만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계 왜곡 문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 통계청 업무환경을 권력 입김에서 자유롭게 만드는게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을 처 단위로 격상하고 통계청장 임기를 보장하는 방향이 거론된다.
정부조직상 통계청은 기획재정부 소속 외청이다. 청 조직은 예산 신청이나 법안 변경을 상위 부처에 의존해서 만이 할 수 없는 반면 처 조직은 독립적으로 할 수 있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예전엔 청이었으나 독립성과 중립성 보장을 위해 처로 승격했다.
현재 통계청장은 정해진 임기가 없다. 반면, 미국은 5년 임기를 보장하고 1회에 한해 연임이 가능하고 네덜란드는 7년 임기에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여권 내부에서도 행정 데이터의 효과적 관리 차원에서 통계청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통계조작 사태에 더해 빅데이터 시대 행정 데이터의 효과적 활용을 위해서라도 통계청 조직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개인 정보 행정 데이터는 행정안전부, 산업용 빅데이터는, 산업부나 과기정통부, 국세자료는 국세청 등에 각각 있는데 이들 자료는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연계해 빅데이터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용한 분석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데 개인정보보호가 문제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각부처 자료 관리, 정보보호를 총괄할 조직이라면 적어도 독립된 처 단위는 돼야 한단 지적이다.
통계청 독립성 강화를 위해 국회도 움직이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통계청을 국무총리 소속 통계데이터처로 격상하고 통계청장 임기를 5년으로 보장하며 국가통계위원회를 기재부 소속에서 국무총리 소속으로 격상하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유 의원은 “전 정부 통계조작이 사실이라면 통계청이 윗선의 외압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조직구조가 조작이 가능했던 원인 중 하나”라며 “처 격상을 통해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통계조작을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