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금융 올해 실적도 대구은행이 책임질듯
올해 고금리·규제···대출자산 성장 어려울듯
경기침체로 중기대출 부실 우려···충당금 부담↑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 사진=DGB대구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DGB대구은행 지휘봉을 잡게 된 황병우 행장은 올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황 행장은 취임 첫해부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비은행 계열사들이 올해도 부진할 가능성이 커 그룹 전체 실적을 대구은행이 짊어져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로 실적을 늘리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황 행장의 부담은 더 클 것이란 평가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병우 신임 대구은행장은 최근 취임식을 갖고 공식 업무에 돌입했다. 황 행장은 대구 성광고를 졸업하고 경북대 경제학과 및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방은행 최초로 기업 경영컨설팅을 도입해 지역 기업 활성화 및 새로운 영업 방법을 도입하고 그룹 인수합병(M&A)를 총괄하는 등 그룹 내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황 행장은 대구은행의 성장을 이어가야 할 특명을 받았다. 전임 행장의 임기 동안에도 대구은행은 성장 가도를 달렸다. 지난 2020년 말 약 44조원이었던 대출잔액은 지난해 9월 말 49조로 약 13% 늘었다. 당기순익도 지난해 33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작성한데 이어 작년 한 해 순익도 이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황 행장은 그룹 전체 실적도 사실상 책임져야 한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올해도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식·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브로커리지·투자금융(IB) 실적이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생명보험 계열사인 DGB생명도 올해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인해 성적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DGB금융지주는 올해 실적 반등이 절실하다. 지난해 하이투자증권의 부진으로 그룹 전체의 순익은 13% 크게 줄었다. 라이벌인 JB금융지주를 포함한 다른 금융지주들이 역대급 순익을 달성한 것과 대비하면 더 아쉽다는 평가다. 대구은행의 실적 성장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자료=DGB대구은행,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지만 대구은행은 올해 실적을 늘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대출자산 성장세가 올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올해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이에 당분간 높은 수준의 금리는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또 가계대출 규제의 핵심 제도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 계속 적용된다. 가계와 기업 모두 대출을 받기 보단 갚는 것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올해 새로운 건전성 기준인 바젤Ⅲ 최종안이 도입되는 점도 적극적인 영업을 가로막을 요인이 될 수 있다. 새 제도가 도입되면 증권사 비중이 큰 금융지주의 경우 자본비율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DGB금융은 증권사 규모가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크다. 그룹 전체의 자본비율이 예상보다 더 많이 하락하면 최대 계열사인 대구은행이 대출자산 규모를 조절해야 한다. 그만큼 적극적인 대출 영업이 어려워지게 된다.  

대손충당금 부담이 올해도 클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문제다. 금융전문가들은 올해 대출 원리금을 받지 못할 위험을 뜻하는 신용리스크가 급증할 것으로 본다. 특히 올해 경기침체의 늪이 깊어지면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대출을 갚을 능력이 더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그만큼 대출의 원리금을 받지 못할 부분을 미리 예상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인식할 확률이 높다. 

대구은행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대비 대손충당금 비율은 171.87%로 여유가 있는 편이다. 문제는 다른 지방은행은 대손충당금 비율이 이보다 더 크다는 점이다. 부산·경남·대구·전북·광주은행 중 대구은행보다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이 낮은 곳은 경남은행 한 곳뿐이다.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대구은행은 올해도 충당금을 대규모로 인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국내 은행들은 경기둔화 및 신용리스크 관리 강화에 따라 여신성장세 둔화가 예상되지만 여신 성장과 고금리 기조 아래 순이자마진 상승에 힘입어 이자순이익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다”라며 “다만 가계 및 기업의 채무상환 능력 저하로 국내 은행은 자산건전성 관리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대손충당금 증가가 수익성 개선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자료=각 사,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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