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분류 규제에 막혀 국내 포기하고 해외로 눈돌려
이용자·학계, 확률형 아이템 법제화 수년째 요구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은 2006년 처음 제정돼 지금까지 이어졌다. 콘텐츠 수출을 이끄는 게임산업 진흥 목적에서 시작됐으나, 당시 바다이야기 사건으로 인해 사실상 규제법이 됐다. 17년이 흐른 후 게임산업의 위상과 규모는 달라졌다. 현재 계류 중인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살펴보고 각 이슈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조9913억원으로 전년보다 11.2% 증가했다.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은 7.6%로 미국(22%), 중국(20.4%), 일본(10.3%) 등에 이어 4위다. 

게임은 콘텐츠 분야의 수출을 이끌어 왔다. 2021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전년 대비 5.8% 증가한 86억7287만달러(약 9조9254억원)로 집계됐다. 5년 전(32억7735만달러·약 3조7510억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성장했다. 

◇ 17년 전 사행성 규제에 묶인 게임산업

게임은 ‘수출 효자’ 산업지만, 정작 국내에서 홀대받는단 지적이다. 게임산업을 담당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을 보면 명칭은 진흥법이지만, 그 내용은 규제에 집중됐다. 2006년 게임법이 제정된 시기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바다이야기’ 사태가 맞물리면서 규제 위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법안에서 가장 많은 내용을 차지하는 부분은 등급분류와 관련해 지켜야 할 조항들이다. 

게임산업진흥법이 게임산업의 특성을 반영하기 어렵단 지적에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게임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12월 이상헌 의원 대표 발의로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해 ▲민·관 게임산업협의체 구성 ▲게임사업자에 대한 자금 지원 ▲게임 등급분류 규제 완화 ▲해외 게임사업자의 국내대리인 지정제도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현재 게임법 전부개정안은 2년 넘게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 대선 후보가 나란히 확률형 아이템 규제를 공약으로 내놓으면서 게임법 전부개정안 또한 탄력을 받을 거란 관측도 나왔으나, 지난해 2월 공청회 이후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등급분류 기준/사진=게임위 홈페이지
등급분류 기준 / 표=게임위 홈페이지

법안이 계류된 사이 게임법의 일방적 사행성 규제 등으로 게임산업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P2E(Play to Earn) 게임산업이 대표 사례다. 현행 게임법에 따라 P2E 국내 서비스는 불법이다. 그간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환전 금지 및 사행성 조장을 이유로 P2E 게임 등급을 취소시켰다. 반면,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바다신2’ 등 아케이드 게임 다수에 등급분류를 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게임법을 고쳐 등급분류 규제를 완화하고, 게임위에 쏠린 권한을 나눠야 한단 지적이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체부도 P2E 게임을 두고 엇박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콘진원)은 게임위와 달리 P2E 게임을 ‘2022 신성장 게임 콘텐츠 제작지원사업’에 포함시켰다. 문체부 산하인 두 위원회가 P2E 게임을 두고 완전히 상반된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정부 사업에 선정된 게임이 정작 국내에서 출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임법을 지키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와 P2E 게임 이용자는 답답하단 입장이다. 해외는 P2E게임을 허용하고 있는데, 전세계 4위 규모인 한국이 게임법으로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부분 게임사가 P2E게임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해 도전했지만, 해외 이용자에만 서비스 범위를 한정한 이유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국내 규제를 무시하는 해외 게임사도 있어 국내 게임사 입장에서 역차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이달 중 확률형 아이템부터 논의 재개될 듯 

확률형 아이템도 게임법 개정안 주요 내용이다. 그간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법제화는 꾸준히 요구돼왔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이 이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수익을 창출했다. 일부 아이템은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에 큰돈을 쓰고도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수 없어 과소비를 유발하고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게임 이용자와 학계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를 법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 이용자는 게임사와 국회 앞에 트럭시위를 보내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 대선 후보가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 입법화를 약속한 것은 사회적 논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확률형 아이템의 정보 공개는 게임의 사행화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국회도 법제화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이하 법안소위)는 이달 중 법안소위를 열고,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최우선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해당 법안은 여야에서도 발의한 만큼 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확률형 아이템 관련법이 통과되면 게임법 전부개정안 논의도 재개될 전망이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달 중 게임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해당 법안은 사행성 규정을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사특법)으로 이관하고, 비효율적인 사후관리 시스템 개정, 이용자 권익 강화 등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전부 개정안이 발의되면 기존 개정안과 병합 심사될 예정”이라며 “사실상 올해 상반기가 법안을 논의할 수 있는 적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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