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IBK기업은행장 취임···공식 경영행보 돌입
최대 숙제는 조직 정비, 주요 계열사 경영진 인사·사외이사 인선
희망퇴직 및 인사 적체 문제도 관건···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여부 '주목'
지난해 순익 크게 급락한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 과제
"현안 해결과정서 내부 출신 행장에 대한 실망감 더 클 수도···기대감도 공존"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이 취임하면서 공식적인 경영행보에 돌입했다. 30년 넘게 기업은행에 재직하며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산적한 과제들을 어떻게 속도감 있게 풀어낼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김 행장의 최대 숙제는 조직 정비다. 현재 기업은행은 여러 변수가 겹치면서 인사 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캐피탈과 증권과 연금보험, 시스템, 신용정보 등 기업은행 주요 계열사 경영진 인사가 그 중 하나다. 최현숙 IBK캐피탈 대표와 서병기 IBK투자증권 대표, 양춘근 IBK연금보험 대표, 김주원 IBK시스템 대표, 김창호 IBK신용정보 대표는 지난해 3월과 4월 모두 임기를 마쳤지만 아직도 반년 넘게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사외이사 인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3월 신충식·김세직 비상임이사는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1년 가까이 후임자를 결정하지 못했다. 현재 새로운 사외이사가 선임될 때까지 신충식 이사는 역할을 수행하기로 했고 한화생명으로 옮긴 김세직 이사 자리만 비워두고 있다. 기업은행 비상임이사는 IBK기업은행장의 제청을 받아 금융위원회가 최종 임명한다.
본연의 설립 목적인 중소·중견기업 지원도 핵심 과제다. 먼저 금융당국은 KDB산업은행·IBK업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과 올해 205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함으로써 반도체·이차전지 등 유망산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그 중 기업은행이 71조원을 책임지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반도체와 디지털, 친환경 등 분야의 기업에 대해 한도를 우대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함으로써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
이날 김성태 IBK기업은행장은 취임사에서 "정책금융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위기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중소기업을 통한 한국경제의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내부 현안으로 회망퇴직 문제가 꼽힌다. 오프라인 수요가 감소하자 시중은행들은 점포 수를 줄이고 희망퇴직 제도를 적극 활용해 직원들의 퇴로를 열어주고 인건비 부담을 덜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국책은행 특성상 쉽사리 점포수를 줄이거나 희망퇴직을 장려하기 어려운 구조다.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르면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은 연봉의 45%를 기준 급여로 삼고 퇴직까지 남은 근속 연수를 곱해 퇴직금을 산정한다. 월 평균 최대 39개월치 임금을 지급하는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국책은행의 희망퇴직금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희망퇴직보다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상당수 기업은행 직원들은 대부분 임금피크제를 선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후 기업은행이 희망퇴직을 실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한다.
이로 인해 인사 적체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임금피크 직원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지난해 5월 말 기준 기업은행 임금피크제 직원은 7.07%로 최대 2.22% 수준인 시중은행 비중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여부도 고민거리다.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도 취임 초기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요원한 상태다. 기업은행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노조는 법조계와 노동계, 학계 출신 인사 3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은행에 전달한 바 있다.
비은행 자회사 경쟁력 강화도 김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 중 하나다. 기업은행 주요 자회사들은 지난해 업황 부진으로 인해 전년 대비 순이익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기업은행 일반 자회사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3.8% 감소한 2782억원에 그쳤다. IBK캐피탈은 전년 대비 3% 감소한 1558억원으로 비교적 선방했지만 IBK투자증권과 IBK연금보험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이 각각 49.6%와 63.3% 급감했다.
기업은행이 장기적으로 지주사 전환까지 고려했을 때 자회사의 경쟁력 강화가 필수라는 점에서 김 행장에게 주어진 과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현안 해결과정에서 내부 출신 행장에 대한 실망감이 더 클 수도 있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기대감도 공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1962년생인 김 행장은 대전상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89년 기업은행에 입행했다. 평촌아크로타워지점장, 비서실장, 미래기획실장, 종합기획부장, 소비자보호그룹장, 경영전략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19년에는 IBK캐피탈 대표이사를 맡았고 2020년 3월부터는 은행 2인자인 전무이사로 재직했다. 김 행장이 취임하면서 기업은행은 조준희·권선주·김도진 전 행장에 이어 네 번째 내부 출신 행장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