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건설 경기 악화일로
중대재해법 대비 ‘안전’ 강조
내실 경영 통해 ‘수익성 제고’
‘신사업’ 강화해 사업구조 개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올해 대형 건설사들의 경영 화두는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졌다. 건설 경기 하락에 따른 투자 감소와 부동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증가로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면서다. 각 건설사 최고 경영자(CEO)들이 내놓은 신년사엔 유동성 관리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가 묻어났다. 아울러 안전 관리에 대한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2일 한성희 포스코건설 사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사자성어 ‘교토삼굴’(狡兎三窟·꾀 있는 토끼는 굴을 3개 파 놓는다)을 들어 “우리도 앞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사라질 것인가의 중요한 기로에서 세 개의 굴을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위기에서 이중삼중의 대비책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사장이 제시한 ‘세 개의 굴’ 중 최우선 경영 화두는 ‘안전’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해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사망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는 “작년 초 타사 현장에서 발생한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를 보며 안전은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회사의 존폐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차대한 문제임을 실감했다”며 “방심하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고 위험성을 사전 예측해 선제 예방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익성 제고’와 ‘포트폴리오 강화’를 주문했다. 한 사장은 “철강과 액화천연가스(LNG), 산업 플랜트 분야의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저수익 사업은 과감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성이 높은 개발형 사업도 선별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소와 이차전지, 전기로 분야의 설계·조달·시공(EPC) 역량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원전 분야에도 진출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교통 인프라와 연계한 산업 플랜트 개발, 플랜트와 인프라가 협업하는 해상풍력발전 등 융복합사업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올해 핵심 경영 키워드로 ‘안전’과 ‘신사업 성과’를 거듭 강조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장(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안전은 우리 회사 경영의 최우선 가치임을 잊지 말자”며 “2023년은 신사업 성과를 가시화해 지속 성장이 가능한 회사로의 기본을 다지고 빈틈없는 사업 관리로 경영 목표를 달성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한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발표한 탄소중립 목표를 기반으로 탄소 감축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국내외 사업장 및 현장의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롯데건설은 ‘질적 경영’과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주택 사업에 편중한 사업구조를 개편에 미래 성장 역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박 부회장은 “캐시플로우(Cash Flow·현금 흐름) 중심의 내실경영이 이뤄져야 한다”며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해 운영사업 등을 통한 고정 수익 창출과 우량자산 확보에 집중해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한 로드맵과 전략 수립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하고 운영·기술연계사업 중심으로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글로벌 환경·에너지 사업자로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혁신기술 내재화’와 ‘글로벌 파트터십 강화’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박경일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와 파트터십을 순환경제 모델을 구축하고 수전해 기술을 조기 상용화해 그린수소 공급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다져야 한다”며 “환경·에너지 사업 밸류체인의 플랫폼화를 적극 추진하고 우리가 보유한 환경·에너지·솔루션 사업 간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Build the Change’를 화두로 던졌다. 화정 아이파크 재건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무너진 신뢰를 극복하고 근본적인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본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최익훈 HDC현산 대표이사는 “지난해 우리는 화정 아이파크 전동 재시공을 결정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러한 노력들이 의미를 가지도록 화정 아이파크 리빌딩의 성공적 완수에 최선의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전했다.
또 근본적 혁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과 회사의 안정성을 유지하며 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영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우발채무를 총액으로 관리하고 각 부문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업성 검토와 수주를 추진해야 한다”며 “예측이 어려운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보다 탄력적으로 공급시기를 조정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