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텍·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 고부가치 제품 공급 확대로 대응

심텍·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 영업이익 추이 및 전망. /자료=각 사·에프앤가이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반도체 기판업계가 공급 부족으로 지난해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올해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감하면서 기판 주문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심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 경신 행진도 지난해 4분기부터 제동이 걸렸다.

2일 전자부품업계에 따르면 기판 주문 취소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다. 기판은 반도체를 장착해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부품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트렌드로 반도체 활용처가 늘어나면서 기판 수요도 급증했다. 그러나 경기 불황으로 반도체 전방시장이 침체 국면에 빠지고, 공급 과잉으로 돌아서면서 기판 수요도 감소세다.

기판업계 관계자는 “대만 PC업체와 제조자개발생산(ODM) 회사들의 반도체 재고가 워낙 많다. 지난해 6월부터 주문량이 꺾였고 이후로도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주요 업체들이 투자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어서 올해 한 박자 쉬어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판업체들의 실적은 지난해 4분기부터 역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심텍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002억원으로 전 분기(1166억원)보다 약 14%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심텍은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방시장 수요 둔화에 따라 전분기 대비 소폭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대덕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04억원으로 전 분기(773억원)보다 22%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써키트 역시 3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 분기(398억원) 대비 23% 감소가 예상된다. 양사는 지난해 1분기부터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4분기에는 성장세가 꺾이는 셈이다.

FC-BGA 패키지 기판. /사진=코리아써키트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제품 공급을 늘려 수익성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PC와 스마트폰 시장 부진으로 해당 제품에 적용되는 기판 주문량은 감소하는 추세지만, 서버와 네트워크, 전장용 고부가가치 기판 수요는 상대적으로 굳건하기 때문이다. 고성능 반도체를 플립칩(FC) 범프로 연결해 전기적 특성을 높인 FC-볼그리드어레이(BGA) 기판이 대표적이다.

대덕전자는 전장용 FC-BGA 공급량 확대에 나선다. 업계는 대덕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매출 비중이 지난해 3분기 기준 43%에서 올해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FC-BGA는 주로 시스템반도체에 쓰인다. 대덕전자가 지난 2020년 이후 FC-BGA 라인 증설에 투입한 신규시설 투자 비용은 5000억원 이상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저수익 모델인 연성회로기판(FPC) 생산도 종료했다.

대덕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시장이 안 좋다 보니 시스템 반도체 비중을 계속 확대해 업황 부진을 극복할 계획”이라며 “저부가가치 모델을 줄이고 있어 FPC 사업 비중은 이제 미미한 수준이다. 설비 투자를 통해 FC-BGA 매출 비중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코리아써키트도 북미를 중심으로 통신용 FC-BGA 물량을 늘릴 예정이다. 이 회사의 FC-BGA 매출 비중은 2021년 6%에서 지난해 20%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코리아써키트가 2000억원을 투입해 구축한 FC-BGA 전용 공장은 지난해 9월 가동을 시작했다.

심텍은 미세회로제조공법(MSAP) 첨단 공법이 적용되는 FC-칩스케일패키지(CSP)와 시스템인패키지(SiP) 비중을 늘렸다. 심텍의 주력 제품인 FC-CSP는 주로 서버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컨트롤러 등에 투입된다. 심텍은 고부가가치 MSAP 기판 수요 대응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하이엔드 전문생산 설비가 구축된 충북 청주 9공장은 1분기 중 가동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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