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탄력성, 변화, 통합, 비필충천(飛必沖天) 등 '각양각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들이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 닥칠 위기를 강조하고 이를 극복할 각기 다른 ‘키워드’를 제시했다.
◇KB 윤종규 "회복탄력성"···신한 조용병 "변즉생 생즉사(變卽生停卽死)"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새해 신년사를 내고 “원자재 인플레이션,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과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 등으로 글로벌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는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라며 “국내 경기도 이러한 영향으로 실질 구매력 저하와 소비심리 위축이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회복탄력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서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민첩함(Agile)’을 보일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윤 회장은 “동여탈토(動如脫兎)는 ‘토끼가 위기에 닥쳤을 때 빠르고 민첩하게 움직여 위기를 벗어난다’는 뜻이다”라며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토끼의 기민함처럼 ‘애자일(Agile) KB’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윤 회장은 금융지주의 미래 핵심사업인 디지털·글로벌과 함께 올해 ‘자산운용’ 부문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KB금융은 이미 지난해 말 조직개편으로 ‘자산운용(AM)부문’과 ‘AM기획부’를 신설한 바 있다. 윤 회장은 “금융업의 본질적인 경쟁력이 금융상품 ‘중개·판매’에서 ‘자산관리·운용’으로 전환되고 있다”라며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자산운용 분야에서의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가자”라고 강조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열쇠로 ‘변화’를 꼽았다. 그는 “현재의 성과를 뛰어 넘어 모두에게 인정받는 일류 금융사로 도약하기 위해 어느 때보다 변화와 혁신이 절박한 상황”이라며 “‘변즉생 생즉사’(變卽生停卽死), 변화하면 살아남고 안주하면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조 회장은 변화를 위해 스스로 용퇴를 결단한 일을 언급하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그는 “세대교체를 단행한 것 역시 과거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더 큰 미래로 가고자 하는 결단이었다”라며 “새로울 新(신) 나라 韓(한) 두 글자에 담긴 새로운 금융을 향한 염원을 함께 새기자”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올해 신한금융의 역대급 실적을 이끄는 등 3연임을 위한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신한에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존경스럽다”고 할 정도로 금융권 전반에 큰 울림을 남긴 바 있다.
◇하나 함영주 "통합의 저력"···우리 손태승 "‘비필충천(飛必沖天)'의 기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차대전 당시 프랑스군의 ‘마지노선’을 언급하며 과거의 성과에 안주해 위기에 무감각해지는 태도를 경계했다. 그는 “(프랑스군의 마지노선은) 난공불락의 요새였지만 독일군의 혁신적인 전술로 단 6주 만에 프랑스는 항복하고 말았다”라며 “엄청난 규모의 자산과 매년 증가하는 이익을 바라보며, 어쩌면 우리 마음 속에도 이미 ‘마지노선’이 자리잡아 풍전등화의 현실에도 안도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지적했다.
함 회장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금융만의 힘은 ‘통합’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통합의 저력이 있다. 더 이상 출신, 성별, 업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라며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서로를 위한 희생과 배려를 통해 원하는 목표를 반드시 이뤄내고야 마는 ‘하나’가 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나금융은 국내 최초로 3개 이상 은행을 인수합병(M&A)하는 등 통합의 역사를 걸었다. 특히 하나금융이 크게 성장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사건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에 있어 큰 공을 세운 인물이 함 회장이다. 또 함 회장은 그룹 지휘봉을 잡은 후 최초로 외환은행 출신인 이승열 전 하나생명 대표를 하나은행장에 임명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이룩한 ‘완전민영화’를 발판 삼아 더 도약하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그룹, 모든 임직원들이 위기를 두려워하기보다 ‘한 번 날면 반드시 하늘 높이 올라간다‘는 ‘비필충천(飛必沖天)‘의 기세로 우리가 가진 저력을 믿고 강력히 돌파해 나가는 한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올해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밝혔다.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해 수익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라며 “또 증권·보험·벤처캐피탈(VC)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해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