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77% 올해 집값 하락 전망···상승 예상 10% 뿐
연구기관·전문가도 하락 전망 우세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치솟던 집값이 지난해부터 본격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장기 내리막길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은 대내외 경기 뿐만 아니라 시장참여자들의 매수심리가 매우 중요한데 이 같은 결과가 나와 전문가들도 상반기 반전상승을 이루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일 부동산정보 서비스업체 직방이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어플리케이션(앱) 이용자 대상으로 모바일 설문 진행 후 이날 내놓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089명 중 77.7%가 올해 거주지역의 주택 매매가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합은 12.1%였고 상승할 것이란 응답은 10.2%였다.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유로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58.2%)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기 침체 지속’(19.5%), ‘현재 가격 수준이 높다는 인식’(16.4%)이 뒤를 이었다.

주택·부동산 연구기관들도 일제히 올해는 주택시장의 침체를 점치는 분위기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올해 전국 주택가격 변동률을 –2.5%로 전망했고,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값이 3~4%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주택산업연구원도 올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8.5%, 수도권 아파트는 13.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매수시장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71.0)보다 0.8포인트(p) 낮은 70.2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12년 7월 조사·발표 이래 최저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점수화한 수치로 0~200 사이의 점수로 나타나는데, 기준치인 100보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집을 팔 사람이 살 사람보다 많다는 의미다.

주택공급 상황도 어둡긴 마찬가지다. 부동산R114가 발표한 통계를 보면 올해 민영아파트 분양계획물량은 25만8003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물량인 41만6162가구에 견주어 보면 38% 가량 줄어든 수준이자, 2014년 20만5327가구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물량이다. 그만큼 시장 상황이 좋지 못해 공급을 줄이려 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까닭에 전문가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물건별로 다르겠지만 주택시장 평균으로 보면 5%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쉽게 예단하기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경기 위축 우려가 겹쳐 주택 가격 하락이 지속할 것”이라며 “급매물 위주의 간헐적 거래만 이루어지며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되는 올 하반기 이후부터는 집값낙폭이 줄고 하락세가 둔화되면서 집값이 L자형 횡보를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4월 경을 기점으로 미국과 한국 기준금리 인상이 정점을 지나고 난 후, 완화된 공시가격과 세제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집값 하락폭이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부동산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금리 인하 시 집값 상승 반전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금리 추이 뿐 아니라 정부의 규제완화책도 변화를 가져올 중요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폐지뿐 아니라 서울에 인접해있는 주요 수도권의 규제지역 해제, 대출규제 추가 완화 등 정책 변화에 따라 시장 반등 시점이 빨라질 수 있어서다. 앞서 정부는 올해 다주택자에 대한 취득세와 보유세 인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연초에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예고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광명과 서울 외곽지역인 노원구·도봉구 등을 점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최근 매매거래가 줄고 분양시장도 악화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부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거래를 최소한의 수준이라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청약제도를 더 완화하고 미분양 관리지역에 한해서는 취득세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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