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킹 테라퓨틱스, 미 캘리포니아 법원에 중국 아스클레티스 파마 고소장 제출
"아스클레티스, 협약 중단 후 자회사 설립해 자체 기술인 VK2809관련 제품 개발"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 '국가안보위험' 들며 中기업 미국 내 권리 인수 '제동'도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미국 바이오 기업이 중국 제약사를 고소했다. 영업 비밀을 훔쳐 관련 제품을 개발했다는 이유다. 생명공학 분야의 보안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중국 회사의 미국 바이오 기업 인수를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8일 미국 바이오사 바이킹 테라퓨틱스(Viking Therapeutics)가 중국 항바이러스제 전문 기업인 아스클레티스 파마(Ascletis Pharma)를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일 미 엔드포인트 뉴스는 바이킹 테라퓨틱스의 고소 사실을 보도하며 “협력하는 척 영업 비밀을 훔쳐 바이킹과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자체 의약품을 출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회사의 주요 후보 제품이자 임상 2상을 진행 중인 VK2809와 관련한 소송을 걸었다. VK2809는 갑상선호르몬 수용체 베타(THRβ)에 작용해 관련 질환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등의 치료용으로 바이킹 사가 개발 중인 것이다.
바이킹 테라퓨틱스는 고소장에서 아스클레티스가 201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 국제 컨벤션에서 자사에 협력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양사는 비밀 준수 약정을 맺었으며, 바이킹은 후보 물질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시 협약은 더 진전되지 않았다.
아스클레티스 측이 다시 바이킹 사에 VK2809 관련 협약을 요청한 것은 2019년이었다. 이에 양사는 비밀 준수 약정을 맺었으며, 바이킹 측은 VK2809 약 관련 정보를 공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스클레티스가 관련한 검토를 한 달동안 끌더니, 협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아스클레티스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이슨 우는 자회사 가넥스 파마를 협업 중단 5개월 만에 설립했다.
이후 가넥스 파마가 2020년 초부터 VK2809의 영업 비밀을 담은 특허 출원을 시작했다는 게 바이킹 측 주장이다. 바이킹 측은 특허 발표 후 2021년부터 자사의 영업 비밀 도난 사실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의 영업 비밀을 의도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다면 관련 제품의 개발과 테스트, 상용화 등을 이 정도로 빠르게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스클레티스는 이에 대해 “아직 고소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NASH 시장은 2029년 20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하는 커다란 시장인 만큼, 소송 전개 방향이 주목된다.
한편 기술 보안과 비밀 유지 등이 제약 바이오 업계에서 중요성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국가 안보 위험을 이유로 중국 회사의 미국 바이오 기업 인수도 임시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29일 중국 기업 시노 바이오팜이 F-스타 테라퓨틱스(F-star Therapeutics)를 인수해 미국 내 판매권을 가지는 데 제동이 걸렸다. 미국 외국인투자위원회(The Committee on Foreign Investment in the United States·CFIUS)는 국가 안보 위험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며 해당 합병 거래의 소비를 금지하는 임시 명령을 내렸다. 다만 국가 안보 관련 위험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임시 명령에는 ▲F-스타의 자산이나 제휴사를 시노 바이오팜, 인보이스 또는 그 계열사로 이전, 임대 등을 하는 행위 ▲ 시노 바이오팜이 합병 등으로 F-스타의 계열사 증권이나 소유권 등의 권리를 양도받거나 임대, 취득하는 행위 등에 대한 중지가 포함됐다. 이는 앞서 2022년 11월 CFIUS가 해당 사안을 들며 인수를 보류한 조치에 이은 것이다.
CFIUS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외국인 투자 관련 특정 거래, 외국인의 특정 부동산 거래 등을 검토하는 권한을 지닌 위원회다. 이번 명령은 임시적인 것으로, CFIUS가 검토와 조사를 계속할 수 있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결과에 따라 영구 정지 명령이 내려지거나, 거래가 재개 가능해진다.
시노 바이오팜은 지난 6월 F-스타 테라퓨틱스와 이중특이성항체 플랫폼과 관련해 1억6100만 달러(약 2000억 원)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시노 바이오팜은 의약품·바이오의약품 등을 개발·제조·판매하는 연구 중심 제약 회사다. 간염에서 심혈관계 질환부터 암, 감염성 질환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8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했으며, 시가 총액은 100억 달러 이상(약 11조 원)이다. 시노 바이오팜은 신제품 개발 등을 위해 중국뿐 아니라 해외 여러 제약사들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미 정부는 CFIUS를 통해 미국 내 생명과학 산업 내 기술을 보호해 왔으며, 중국을 지켜봐왔다는 게 현지 언론 보도다. 이는 생명과학 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인식을 보여준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