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보증 사고금액·대위변제액 역대 최고치
자기자본 대비 보증금액 비율 법정 한도 육박
2024년 반환보증보험 공급 중단될 수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전세살이의 대표적 안전장치로 꼽히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이 급증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재정건전성도 악화되고 있어서다. 이대로라면 2024년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보증 건전성을 위해 정부 출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에도 전셋값 하락 전망···반환보증 사고 더 늘어날 듯
30일 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액과 HUG가 집주인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실적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월별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보증사고 건수도 852건으로 HUG가 관련 실적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금액은 2020년 4682억원에서 올해 들어선 지난달까지 9854억원으로 치솟았다. 이달 사고 금액을 합치면 지난해(5790억원)보다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돌려준 대위변제 금액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대위변제액은 2019년 2836억원에서 2020년 441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엔 역대 최고치인 5040억원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지난달까지 7690억원을 기록하며 최고 금액을 갈아치웠다.
문제는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1월 초 대비 7.42% 떨어졌다. 12월 셋째 주엔 전주 대비 전국(–0.9%)과 수도권(–1.21%)이 최근 10년 내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내년에도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내년 전국 주택 기준 4%,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수도권 아파트 기준 3~4% 하락을 각각 전망했다. 전셋값이 하락하면 전세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속출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HUG의 대위변제액이 더 늘어날 수 있는 셈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상황 속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전셋값이 계속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전세 끼고 집을 매수한 갭투자자들이 많아 내년 이후 전세보증금 관련 분쟁이 폭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보증배수 법정한도 육박···“정부 출자 확대 통한 건전성 유지해야”
향후 반환보증 지급 여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HUG의 재정건전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 대비 보증금액 비율(보증배수)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보증배수는 지난해 49.2배에서 올해 9월 기준 52.2배로 상승했다. 내년에는 59.7배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로라면 2024년엔 보증배수가 66.5배를 기록해 법정 한도(60배)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택도시기금법에 따르면 HUG의 보증금은 자기자본의 60배를 초과하지 못하게 돼 있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HUG는 어떠한 보증상품도 공급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전세금 반환보증이 어려워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이 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빌라왕 사건 등 전세사기 우려로 보증보험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어 보증배수는 예상보다 빠르게 법정 한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올해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규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상태다. HUG에 따르면 올해 23만2812세대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역대 최다를 기록한 지난해 전체 발급된 세대 수(23만2150세대)를 웃도는 수치다.
업계에선 HUG의 재정건전성 악화로 인한 보증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정부 출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HUG에서도 안정적 보증 건전성 유지(보증 배수 55배)를 위해서는 1조6841억원에 달하는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증 여력 확보를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통한 정부 출자가 불가피한 실정이지만 내년 예산안엔 HUG에 출자할 용도의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각종 우려에 대해 국토부는 반환보증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HUG의 보증 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법정 보증배수 상향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반환보증을 차질 없이 공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