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최초 순익 5조 클럽 가입할듯
치열한 영업익 3위 싸움···싱겁게 끝날수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서울 사옥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지주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예고하면서 한 해 영업을 마쳤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역대 최초로 순익 5조원을 넘기면서 ‘리딩금융’ 타이틀을 탈환할 가능성이 크다. 당기순익 3·4위 자리는 지난해와 같이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가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본업에 대한 성적인 영업이익은 3위 자리를 두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연간 지배주주순이익 추정치는 16조6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치 14조5429억원보다 14.45% 크게 늘 것이란 예상이다. 금융지주별로는 신한금융 5조491억원, KB금융 4조8165억원, 하나금융 3조6612억원, 우리금융 3조1274억원 순이었다. 일제히 지난해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신한금융은 시장의 예상대로 실적을 거두면 금융지주 최초로 순익 '5조 클럽'에 가입한다. 신한금융은 2019년 이후 2년간 KB금융에 리딩금융 타이틀을 빼앗겼다. 하지만 올해 3분기에 실적이 앞서더니 4분기를 더한 올 한해 전체 성적도 KB를 약 2400억원 차이로 따돌릴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이 1위를 할 수 있던 핵심 이유론 4438억원(세전) 규모에 달하는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이익이 꼽힌다. KB도 손해보험 계열사가 사옥을 매각해 1570억원의 이익을 봤지만 신한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영업외이익으로 분류되는 사옥 처분 이익이 없었다면 리딩금융 전쟁은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전개됐을 가능성이 크다. 

/자료=에프앤가이드,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3·4위는 작년과 변함없이 하나금융, 우리금융이 각각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두 금융지주가 4분기에 예상과 다른 성적을 거두면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나·우리금융은 순익과 달리 영업이익은 3분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은 하나금융이 우리금융보다 약 1800억원 더 많다. 반면 영업이익은 하나금융(3조7162억원)이 우리금융(3조7027억원)를 135억원 차이로 겨우 앞선 상황이다.

하나금융이 영업이익에서 우리금융의 추격을 허용한 핵심 이유는 희망퇴직 비용 때문이다. 지난해 말 인식해야 할 1630억원 가량의 희망퇴직 비용을 올해 1분기에 반영한 것이다. 더구나 환율이 치솟은 점도 실적 감소의 원인이 됐다. 하나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외화자산보다 외화부채가 많아 환율이 오르면 외환환산손실을 입는다. 올해 3분기까지 하나금융이 입은 외화환산손실은 2530억원에 달한다. 

하나금융은 본업 성적이 아닌 영업외이익을 늘려 우리금융과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하나금융은 3분기에만 지분 투자한 관계기업 관련 이익으로 약 1122억원을 거뒀다. 관계기업의 실적이 늘어 보유한 지분 만큼 이익으로 인식(지분법 이익)한 몫이 컸다. 특히 하나은행의 글로벌 투자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으로부터 거둔 이익이 빛났단 평가다. 또 관계기업으로 분류된 곳 중 특수목적기업(SPC), 펀드 등에 투자한 지분을 처분해 거둔 이익도 늘었다.

다만 하나금융이 올해 해당하는 희망퇴직 비용을 4분기가 아닌 내년 1분기에 인식한다면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희망퇴직 비용을 4분기에 추가 인식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또 올 4분기에 환율이 하락한 점도 하나금융에 호재다. 올해 9월 말엔 원·달러 환율이 1434원을 기록했지만 지난달부터 우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올해 말인 이날 1260원선까지 내려왔다. 약 12%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로인해 4분기에 대규모 외화환산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원·달러 환율 변동으로 인해 외화환산손익을 인식하는 하나금융에 불리한 환경으로 작용했지만, 환율 시장이 안정화되면 높은 이익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또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에 순이익이 시장의 컨센서스를 13.8%넘는 등 업종 내 가장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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