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펀드 올 들어 설정액 소폭 증가에 그쳐
북미 펀드에는 4조원에 가까운 자금 유입
브라질 펀드 해외 지역 펀드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올 한 해 해외 공모펀드 시장에서는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의 자금 유입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증시의 가파른 하락 속에서도 여전히 인기를 끈 것이다. 유럽과 베트남에 투자하는 펀드에서는 자금이 대거 유출되는 모습이 나왔다.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는 브라질이 가장 좋은 수익률을 보였고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국 펀드의 부진이 눈에 띄었다.
◇ 미국 펀드, 공모펀드 시장 정체 속 자금 유입 활발
30일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통계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국내 공모 펀드 시장 전체 설정액(설정원본)은 286조원으로 지난해 말 285조1253억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말 77조5000억원을 넘어섰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이달 말 73조1531억원을 기록해 5% 넘게 감소했다. 국내외 증시 부진이 겹치면서 성장세가 정체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의 자금 유입세는 지속돼 눈길을 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북미 지역 투자 펀드 108곳에 총 3조9835억원의 자금이 유입했다. 이는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두 번째로 자금 유입이 많았던 중화권 지역 펀드 1조5436억원 대비로도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미국 공모펀드 투자 자금 유입은 최근 수년간 지속될 정도로 대세로 자리 잡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최근 5년 동안 미국 공모펀드에서 10조원의 설정액이 증가했다. 최근 2년 기준으로는 8조7374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미국 증시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는 기대가 자금 유입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반대로 자금 유출이 거셌던 지역도 있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친 유럽의 경우 올 들어 42개 펀드에서 총 829억원의 설정액이 빠져나갔다. 이는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많은 자금 유출이었다. 베트남 지역 펀드 21곳에서도 818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 그 뒤를 이었다.
◇ 브라질 펀드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러시아는 가장 저조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브라질이었다. 브라질 펀드 10곳의 올해 평균 수익률은 8.27%였다.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펀드 8곳의 평균 수익률은 9.63%였다. 이는 해외 지역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나머지 해외 지역들이 모두 마이너스 연간 수익률을 기록한 것과는 뚜렷하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브라질 펀드의 성과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밀접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탓에 원자재 공급 문제가 대두됐고 브라질이 글로벌 공급망 허브로 떠올랐다. 브라질은 원유에서부터 철광석·니켈·흑연·대두·옥수수 등을 생산 수출하고 있는데 이들 원자재 가격 상승과 함께 수출이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브라질 보베스파 지수도 연간 기준 5.59% 올랐다.
반대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보였던 펀드는 -59.2% 수익률을 기록한 러시아였다. 러시아의 경우 전쟁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중화권과 베트남 펀드 역시 성과가 좋지 못했다. 중화권 펀드 13곳의 경우 올 들어 평균 -30.88% 수익률을 기록했고 베트남 펀드는 -28.36% 수익률로 부진했다.
펀드 자금이 대규모로 유입됐던 북미 지역 펀드 역시 수익률이 높지 못했다. 북미 지역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25.61%를 기록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간 수익률 평균인 -24.47%보다도 낮은 수익률이다. 이는 미국 증시 부진 탓으로 S&P500 지수는 올 들어 19%, 나스닥 지수는 33% 하락했다.
다만 내년 투자 환경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해외 지역 펀드의 설정액과 수익률 추이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브라질의 경우 지난해만 하더라도 연간 수익률이 -13%를 넘어서며 해외 지역 중에서 가장 부진했던 국가였다”며 “증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증시 변동성도 커지고 있어 단순히 과거의 성과를 추종해 투자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