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좋은 역세권 대형사 사업장도 미분양
자금유동성 경색 우려에 중견건설사 분양취소 증가할수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수도권 한 대단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입주를 앞두고 있는 수도권 한 대단지 아파트 전경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 1위를 기록한 인천이 암울한 청약시장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분양한 사업 단지 7곳 모두가 연달아 미달됨에 따라 미분양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영향이다.

2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이달 중순 남동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은 총 400가구 모집에 202명이 접수했다. 59㎡B 타입은 101가구 모집에 단 20명만 청약했다. 다음 날 실시된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이 속출했다.

힐스테이트 인천시청역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노선이 지나는 인천시청역 인근에 48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인천시청역에는 인천지하철 1·2호선이 지나고 있어 GTX-B노선이 완공되면 트리플 역세권이 된다. 뿐만 아니라 멀지 않은 곳에 롯데백화점, 인천고속버스터미널 등이 위치해 인천 내에서는 정주여건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1군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시공하는데도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실패했다.

인천 도심 한복판에서도 미분양이 나오다보니 개발이 진행 중인 지역 사정은 더 심각하다. 지난 10월 호반건설이 인천 중구 영종도에서 분양한 A56 호반써밋센트럴2차는 총 564세대 모집에 138건이 접수되는데 그쳤다. 경쟁률이 나온 유일한 타임은 전용 101P 타입에 불과하다 보니 순식간에 무순위 접수를 거쳐 선착순 미분양 일정까지 진행 중이다.

비슷한 시기 제일건설이 영종국제도시 A26블록에서 분양한 영종국제도시 제일풍경채 디오션도 서해바다 오션뷰 조망과 함께 소유권 이전 등기일 전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앞세워 투자자의 유입을 유도했지만 여전히 미분양 소진에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지난 8월 이후 인천에서 분양을 진행한 7개 사업장 모두가 미분양이었다.

청약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다보니 분양일정을 취소하는 사업장도 생겼다. 지난 7월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 사업장은 144가구 모집 가운데 44가구만 계약되고 분위기가 반전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아예 분양을 포기했다. 이에 서희건설은 기존 수분양자에게 배상금을 지불하고 계약 취소를 진행한다.

특히 인천의 청약미달 사태에선 대형사와 중견사 구분할 것 없이 비슷한 처지이지만 중견건설사들이 피해를 더 크게 볼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사들은 대부분 대단지보다 수요자가 적은 500가구 이하의 중소 단지를 분양하는데다, 미분양으로 인한 자금유동성 경색에 더 취약한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분양포기 사업장이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한해 인천 집값은 지난해 대비 8.34% 하락했다. 이는 세종(-11.11%)과 대구(-8.89%)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로 낙폭이 큰 수준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23.17%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던 것과는 정반대다.

내년엔 상황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입주폭탄이 예정돼 있어서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직방에 따르면 내년 인천에선 아파트 4만1917가구가 입주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인천은 분양물량 뿐만 아니라 입주물량도 많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도 큰 조정을 받을 수 있다”며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에서는 입지가 뛰어나도 위축된 매수 심리를 끌어올리기 어려워 당분간 시행업체들도 한템포 쉬어가는 것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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