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대약 “일부 지역에 국한”···종근당·동화약품 등 제약사들, 휴가에도 제품 생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와 독감 환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해열진통제 품절 사태가 지속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일부 제약사는 휴가에도 불구하고 감기약을 생산하고 있다. 다만 보건당국은 중국인들의 감기약 감기약 매입이 품절 사태의 원인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기온이 낮아짐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와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독감 환자 증가가 두드러진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의사환자분율(ILI)이 11월 4주 17.3명에서 12월 1주 30.3명, 12월 2주 41.9명으로 늘고 있다. 독감의사환자분율이란 의료기관을 방문한 환자 1000명 중 38℃ 이상 발열, 기침 등 증상을 보여 독감으로 의심되는 환자 수를 말한다.
여기에 최근 중국 내 코로나 유행 강도가 커지면서 한국이 영향을 받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보건복지부와 대한약사회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약국에서 감기약을 구매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제외하고 대신 필요 없는 일반약을 매입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중국인들의 감기약 매입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의 경우 중국인의 감기약 매입이 사재기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부 약국에서 중국인들이 감기약을 매입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조직적이고 치밀한 사재기로 판단하지는 않고 있다”며 “일단 상황 파악과 대책 수립에 주력하는 단계”라고 전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과 중국인 거주 비율이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대약도 지역약사회로부터 중국인들의 다량 감기약 구매 관련 보고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 감기약 중 핵심인 해열진통제 성분 원료의 80%를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황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중국에서 원료 수입이 원활하지 않게 진행된다면 한국은 해열진통제 생산에 직접 타격을 받게 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감기약 수급에 있어 이제 중국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봐야 한다”며 “중국이 해열진통제 수요가 급증, 자국민을 위한다는 취지로 원료 수출을 제한할 경우 국내 제약사들은 해열제 제조를 중단하는 최악의 경우도 예상된다”고 토로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해열진통제를 제외한 감기약은 지역에 따라 일부 품절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수급이 나은 상황으로 판단된다. 반면 해열진통제 중 환자들이 자주 찾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의약품은 품절 빈도가 높은 상태로 집계된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자 증가로 제약사도 직원들을 독려하며 시스템을 총 가동하고 있지만 워낙 수요가 많아 공급이 따라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최근 품절 사태는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가 대부분이고 일부 소아용 해열제도 해당한다”고 말했다.
감기약 수급을 둘러싼 상황이 이렇게 진행됨에 따라 일부 제약사는 전체 휴가와 별도로 공장을 가동하며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종근당은 오는 28일부터 휴가에 들어가지만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펜잘’ 등 일부 품목은 생산을 지속할 예정이다. 동화약품도 이날 5일간 겨울 휴가에 돌입했지만 감기약 ‘판콜’ 생산라인은 가동을 지속하는 상태다.
반면 감기약 ‘판피린’과 어린이 해열제 ‘챔프’를 제조해온 동아제약은 생산을 마감하고 휴가에 들어갔다. 해열진통제 ‘게보린’을 제조하는 삼진제약도 이번 주 휴가로 의약품을 생산하지 않는다. 두 제약사는 충분한 재고를 준비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