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필에너지 상장 추진에 주주 반발
현물·현금 배당에 자사주 소각 계획 공개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디스플레이 장비사 필옵틱스가 자회사인 필에너지 상장에 반발하는 주주를 달래려고 최대 170억원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필에너지 상장 후 2024년 공모 물량의 12.5% 상당을 현물 배당하고, 당기순이익의 10%를 현금으로 배당할 예정이다. 필옵틱스는 IT용 디스플레이 투자가 확대되는 추세여서 자회사 상장 이후에도 모회사 사업 성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필옵틱스는 23일 온라인 기업설명회(IR)를 개최하고 필에너지 상장 관련 주주환원 정책을 설명했다. 이날 IR에는 한기수 필옵틱스 대표이사와 강상기 사업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80억원 규모 현물 배당 예정···경영진은 배당 제외
필옵틱스 자회사인 필에너지는 2020년 설립 이후 삼성SDI에 배터리 장비 공급을 확대하는 중인데, 내년 상반기 중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디스플레이 전방산업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지난해 필옵틱스 매출에서 필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70%가 넘는다. 회사는 필에너지 공장 증설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필옵틱스는 주주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현물 배당, 현금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결정했다. 내년까지 총 120억~17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배당 대상에서 경영진과 특수 관계자는 제외된다.
강 부사장은 “필에너지를 내년 상장하면 일반 주주 배정 물량이 25% 정도 된다. 그 물량의 50% 규모를 주주들에게 현물 배당할 예정”이라며 “한국예탁결제원에 문의한 결과 현물배당 시스템 구축이 내년 말 정도에 완료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024년 3월 정도에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기순이익의 10%, 필에너지 IPO 공모시 구주 매출 금액의 10%, 필에너지 결산 배당시 회사 귀속분의 50%를 재원으로 활용해 현금 배당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필에너지 상장 후 구주 매출 금액의 20%를 내년 하반기 중 매입한 뒤 소각할 계획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 주식 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발휘한단 점에서 대표적인 주가 부양 수단으로 꼽힌다. 회사는 현물 배당에 80억원, 현금 배당과 자사주 소각에 각각 4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실적 30% 증가 예상···“좋은 주가로 보답”
필옵틱스는 디스플레이 투자가 기존 스마트폰에서 노트북과 태블릿 PC 등 IT용으로 확대되고 있는 만큼 필에너지 상장 후에도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강 부사장은 “최대 고객사가 내년에 IT용 투자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주력 제품인 OLED 공정 장비는 꾸준히 캐시카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올해 급성장이 예상되는 반도체 패키징 공정용 장비 개발에도 성공해 3가지 장비 중 2개는 올해 수주를 받았고, 1개는 내년 1분기에 수주가 나올 것으로 판단한다. 3년 뒤에는 반도체 장비 비중이 40% 이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필옵틱스는 올해 매출이 전년(2308억원) 대비 30% 이상 증가한 3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되고, 내년에도 20~30% 성장해 3000억원 중후반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T용 디스플레이 투자 효과와 제품 라인업 다변화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겠단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