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K세포치료제, 2상만으로 조건부 승인 가능
엔케이맥스·GC셀 등 국내 기업 7곳 개발 중
"치료 지속성·대량배양 노하우 입증해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전 세계 바이오 업계가 세계 최초 NK(자연살해)세포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세포치료제는 통상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허가가 가능해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세계 최초 신약)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도 NK세포치료제 상용화를 목표로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NK세포는 직접 암 세포를 찾아 파괴하는 면역세포로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T세포 같은 면역세포도 암세포를 공격하지만 항원-항체 반응으로 공격력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세포·유전자치료제(CGT)는 대부분 임상 2상 이후 조건부 허가가 이뤄지는 추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한 신약을 임상 2상만으로도 조건부 허가를 내주고 있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도 2018년부터 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 심사 및 허가 제도를 시행 중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대부분 2상만으로 상용화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NK세포치료제 주요 개발 현황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재 NK세포치료제의 임상이 시작된 국내 기업은 7곳 이상이다. 그 중 에스엠티바이오가 가장 앞서 있다. 올 2월 식약처로부터 담도암 치료물질 'SMT-NK'의 임상 2b상 승인을 받아 순항 중이다. 앞서 희귀의약품 지정도 받아 2상만으로 조건부 허가 신청도 가능해졌다. 에스엠티바이오는 2024년 2b상을 완료해 식약처에 조건부 허가를 신청한다는 계획이다. 

7개의 NK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엔케이맥스와 GC셀에 업계 눈길이 쏠린다. 특히 엔케이맥스는 모든 파이프라인이 임상에 진입하면서 상용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핵심 후보물질 'SNK01'은 암세포 살상 능력을 극대화하고, 고순도로 대량 증식하는 배양기술을 적용해 '슈퍼NK'로 불린다. 현재 5개의 적응증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미국에서 진행 중인 불응성 고형암(육종암) 임상은 올해 1상을 마치고 내년부터 2상에 돌입한다. 엔케이맥스는 최근 FDA에 육종암 치료제에 대한 희귀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면 패스트트랙을 통한 가속승인과 조건부 판매가 가능해진다.  

두 번째 후보물질 'SNK02'도 내년 상반기 HER2 양성이자 절제가 불가능한 전이성 위암 환자 36명 대상으로 한 1·2a상에 돌입한다. 

GC셀은 7개 파이프라인 중 2개가 임상에 진입했다. 미국 관계사인 아티바 바이오테라퓨틱스를 통해 'AB-101', 'AB-201'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미국 머크와도 2개 파이프라인 후보물질 발굴을 위해 협력 중이다. GC셀 관계자는 "현재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 아티바가 현지에서의 조건부 허가 등 상용화 전략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셀바이오도 진행성 간암 치료물질 'VZX-NK/HCC'의 2a상을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임상을 종료해 식약처와 희귀의약품 지정 및 조건부 허가 협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HK이노엔, 차바이오텍, 인게니움 테라퓨틱스 등 개발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처럼 여러 기업들이 다양한 적응증으로 NK세포치료제를 개발 중이지만, 아직 세상에 나온 신약은 없다.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치료 가능 여부와 대량 배양 등 역량이 입증되는 게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국내 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외 NK세포치료제 개발사 대부분 재발 특성으로 치료가 어려운 암종을 타깃해 희귀질환 지정을 받는 추세"라며 "2상 이후 패스트트랙 심사로 가는 건 좋지만, 그만큼 심사는 엄격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재발 위험 없이 치료 지속성이 입증돼야 하고, 가장 중요한 대량 배양을 통한 생산 경험과 노하우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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