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5㎡ 1년 새 6.5억 빠져
고점 인식·금리 인상 GTX 지연 등 복합 작용
동대문구 매매·전세 하락률 서울 5위권 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이 2개나 들어서는 등 각종 교통 호재로 승승장구했던 청량리 일대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빠지고 있다. 청량리역과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도 1년 새 6억원 넘게 하락했다. 단기간 집값이 급등한데 따른 고점 인식과 고금리 상황 속 거래 절벽으로 인한 부동산 침체 여파를 피해가지 못한 모양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청량리 일대 대장주 아파트로 꼽히는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2397가구·2013년 준공) 전용 면적 85㎡는 지난 10월 10억5000만원(4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최고가 17억원(18층) 대비 6억5000만원 가량 하락한 금액이다. 2019년 상반기 매매가격이 10억원대에 형성됐음을 고려하면 아파트값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같은 기간 대각선에 위치한 ‘동대문롯데캐슬노블레스’(584가구·2018년 준공) 전용 84㎡은 12억원에(17층) 손바뀜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실거래 가격(15억9000만원·23층)과 비교하면 10월 새 4억원 가량 빠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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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단지는 서울 지하철 청량리역과 도보로 5분 거리 역세권 입지로 관련 교통 호재를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다. 청량리역엔 현재 1호선, 경의중앙선, 경춘선, KTX 경강선 등이 지나고 60여 개 버스 노선이 통과해 서울 동북부권의 교통 요충지로 불려 왔다. 앞으로 최대 교통 호재로 꼽히는 GTX B·C노선과 수서발 고속열차(SRT), 면목선경전철, 강북횡단선 등이 신설될 예정이다. 여기에 주변 재개발 사업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집값은 수년간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두 단지를 포함한 청량리역 일대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빠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파트값이 급락한 건 그동안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르면서 비싸다는 고점 인식이 쌓인 데다 GTX 사업지연, 기준금리 인상 등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청량리역 일대 한 부동산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해 수도권 내 최대 호재인 GTX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2~3배 올랐다”며 “하지만 최대 교통 호재로 꼽히던 GTX B·C노선 사업이 각종 변수로 지연돼 매수자들의 기대감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GTX 수혜 등을 기대한 투자자와 무리하게 대출을 받은 매수자들이 금리 상승과 부동산 침체로 매물을 쏟아내면서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청량리가 속한 동대문구는 올해 들어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KB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을 살펴보면 동대문구 아파트값은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5.04% 떨어졌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도봉구(-6.45%), 송파구(-6.14%), 노원구(-5.84%), 성북구(-5.68%)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낙폭이 컸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은 더 가파르게 떨어지는 양상이다. 동대문구의 전셋값 하락률은 7.44%를 기록하며 송파구(-10.56%), 성북구(-10.45%), 구로구(-8.19%)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전셋값 하락세가 장기화될 경우 매맷값을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상황이 내년까지 예상되는 만큼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리 추가 인상이 남은 데다 경기 침체 우려가 커 집값 반등 요인을 없는 상황이다”며 “고금리가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까지 하락장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다양한 교통망 사업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개통이 가시권에 접어드는 등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면 단계별로 반등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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