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사모펀드 사태로 영입돼···임무 끝나자 퇴임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신한금융지주가 전격 영입했던 외부 전문가 최고경영자(CEO)들이 올해 인사로 자리에서 잇달아 물러났다. 그간 두 금융지주는 인수합병(M&A), 사모펀드 사태 등에 대응하기 위해 ‘용병’을 영입했다. 최근 관련 사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해당 인물을 내부 출신 인사로 교체한 것으로 해석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고 계열사 CEO 인사를 단행했다. 생명보험 자회사인 신한라이프 대표 자리엔 이영종 신한금융지주 퇴직연금사업그룹장 겸 신한라이프 부사장이 내정됐다. 7년 만에 은행 출신 인물이 생보 계열사 수장 자리에 발탁됐다.
이번 인사로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난다. 성 대표는 지난 2019년 오렌지라이프 그룹 편입 이후 발생한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깜짝 발탁된 외부 인사다. 그는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에서 22년 동안 보험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관료 출신이다.
당시 신한생명은 대표 인사를 두고 내홍에 빠졌다. 앞서 신한금융은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를 신한생명 수장으로 내정했다. 그러자 신한생명 노조에서 크게 반발했다. 통합법인 지휘봉을 잡을 것이 유력한 신한생명 대표를 피인수기업에서 찾는 것은 신한생명 조직을 무시한 처사라는 주장이다. 또 정 전 대표가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지면서 노조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성 대표를 긴급 투입했고, 조직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이에 성 대표는 지난해 7월 신한라이프 초대 대표까지 맡게 됐다. 신한라이프는 출범 1년이 지난 현재 통합작업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통합 관련 문제가 어느 정도 정리됐고, 신한금융도 보험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자 내부 출신인 이 내정자를 임명한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각자대표도 이번 인사로 대표직을 그만둔다. 이 대표도 신한투자증권(당시 신한금융투자)가 사모펀드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자 조 회장이 긴급 임명한 용병이다. 그는 대우증권에 25년간 몸을 담은 자본시장 전문가다.
신한투자증권은 2020년 라임자산운용 펀드 부실과 관련해 라임 측과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는 등 사모펀드 사태에 깊이 연루된 금융사로 여겨졌다. 그 결과 당시 지휘봉을 잡고 있던 김병철 전 대표는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소방수로 투입된 이 전 대표는 라임펀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배상하는 등 임기 내내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했다. 공을 인정받아 작년 말 1년 연임에도 성공했다. 이제는 사모펀드 사태가 상당 부분 정리된 만큼 외부 출신의 이 대표는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관측된다.
KB금융도 외부 출신 CEO가 올해 퇴임했다. 지난달 KB금융은 KB생명과 푸르덴셩생명이 합병된 KB라이프생명보험의 초대 대표에 은행 출신인 이환주 KB생명 대표를 내정했다. 그 결과 민기식 푸르덴셜생명 대표는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민 대표도 KB금융이 2020년 푸르덴셜생명 인수 후 윤종규 회장의 부름을 받은 외부 전문가다. 그룹 편입 후 조직을 안정시키고 통합 작업까지 완수하라는 특명을 받았다. 특히 그는 푸르덴셜생명에서 전략기획·영업지원담당 전무를 맡은 경력이 있는 만큼 푸르덴셜생명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올해 통합법인이 탄생한 만큼 민 대표는 주어진 임무를 완수하고 퇴임했다.
현재 KB·신한금융 주요 계열사 가운데 외부 출신 CEO가 남아있는 곳은 신한이다. KB의 경우 민 대표가 퇴임하면서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주요 계열사 CEO는 내부 인물이 맡게 됐다. 향후 신한의 용병들은 추가로 지휘봉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인사로 단독 대표로 전환된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도 대우증권, 메리츠증권 등에서 경력을 보낸 외부 출신이다. 투자금융(IB) 사업 강화를 위해 조 회장이 지난 3월 임명했다. 올해 출범한 신한ez손해보험의 첫 수장인 강병관 대표도 정보통신(IT) 전문가로 16년간 삼성화재에서 일한 인물이다. 디지털 손보사 구축이란 특명을 받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KB·신한과 같이 거대 금융그룹의 경우 외부 출신 CEO는 특정 사안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될 뿐 기본 방향은 내부 인물 중에서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다”라며 “남아있는 외부 출신 CEO도 시간이 지나면 내부 인물로 교체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