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이갑 대표 교체에 희망퇴직까지 단행
실적 악화에 국내 점포도 정리···해외로 전략 수정한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면세업계가 중국의 정부 기조 변화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중국 정부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위드 코로나 방침을 발표하며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간 중국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롯데면세점은 아직 중국 규제 완화 관련 가시화된 것이 없다는 점에서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단행하거나 해외 사업 비중을 늘리는 등 자구안을 펴고 있다.

15일 중국 차이신 등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방역 완화 10개 조치를 발표했다. 특히 상시적 전수 PCR(유전자증폭) 검사 폐지, 재택치료 허용 등이 담기며 사실상 중국이 지난 3년간 유지한 코로나 봉쇄 정책을 대거 완화한 셈이다.

롯데면세점 실적 추이 및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면세점 실적 추이 및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 표=김은실 디자이너

중국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나서면서 국내 면세업계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중국 관광객 방한은 곧 국내 면세업계가 실적 반등 기회의 첫 단추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최근 일본, 동남아시아 여행객의 증가로 국내 면세점 매출은 지난 7월 1조2474억원에서 10월 1조8855억원으로 점차 늘고 있다.

일단 국내 면세업계는 중국이 내년 3~4월쯤 규제 완화 조치로 중국 관광객들이 대거 방한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 보따리상, 단체관광객에 의존해온 국내 면세점들은 실적 방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은 올해부터 국내 사업 비중을 축소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롯데면세점은 코엑스점의 특허 갱신 심사 신청을 하지 않기로 해 해당 점포를 폐점했다. 이로써 롯데면세점은 국내는 7개, 해외는 13개로 총 20여개의 점포만 보유하게 됐다.

또 내년 1월이면 롯데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 구역도 계약이 종료된다. 임시로 롯데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 구역을 연장해 운영하더라도 인천공항공사에서 임대료 감면 혜택을 종료할 예정이라 롯데면세점의 타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롯데면세점의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호텔롯데가 공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면세사업부 실적은 지난 2019년 6조1030억원대 매출이 지난해 3조7184억원대로 떨어졌다. 올 1~3분기 누적 매출은 3조7277억원으로 지난해를 웃돌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 2020년부터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적자폭 역시 커졌다.

상황이 이러하자 롯데면세점은 롯데그룹 정기 임원인사를 앞두고 창사 이래 최초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롯데면세점은 대리급 이상 직원 중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희망퇴직 신청 기한은 오는 21일까지며, 대상 인원은 160여명이다. 이는 롯데면세점 인력의 약 15%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번 희망퇴직에 대해 롯데면세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위기 속에서 사업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면세점의 이번 희망퇴직을 롯데그룹의 전체적인 조직 개편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앞서 롯데하이마트도 16일까지 희망퇴직을 단행하기로 결정한 바 있어 롯데그룹이 전체적으로 조직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의도다. 특히 롯데면세점의 경우 그간 사업 구조에 중국 의존도가 유독 높았다는 점에서 조직을 다시 정비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날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롯데그룹 정기임원인사에서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가 지주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지난 2019년 롯데면세점 대표직에 올라 지난 2021년 유임이 결정된 바 있다. 현재 이 대표의 남은 임기는 내년 3월까지지만,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 실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 후임으로는 김주남 롯데면세점 한국사업본부장이 롯데면세점 신임 대표에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면세점 타격이 컸던 것은 사실이나 인천공항공사에서 사업 기한이 남은 면세 구역은 다음달부터 고정임대료로 전환할 예정”이라며 “롯데면세점의 경우 남은 인천공항 면세 구역 사업권이 끝나서 타격이 적고 일단 향후 입찰 결과에 따라 점포 추가에 나서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올해는 코엑스점도 정리했고, 희망퇴직도 160여명에 달하는 것은 곧 국내 외부변수를 최소화하려는 것”이라며 “그간 국내에서 점포를 내서 시장 규모를 키우려는 생각은 수정하고 해외로 오히려 규모를 키우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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