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삼진제약·SK케미칼, 사이클리카에 '러브콜'
약물의 동태 파악해 신약 개발 가능성 빠르게 예측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손잡고 신약 연구개발(R&D)에 나서고 있다. 개발 초기 단계에서 AI 플랫폼을 활용해 후보물질 도출 등 개발 기간과 비용을 줄이고 정확도를 높이려는 의도에서다. 특히 최근 국내 여러 기업들이 캐나다 사이클리카와 신약 개발 공동 연구에 돌입하며 업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은 캐나다 AI 신약개발기업 사이클리카와 신약개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SK케미칼은 2019년 7월부터 스탠다임과 항암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해외 AI 신약개발기업과의 첫 협업으로 사이클리아를 택했다. SK케미칼은 사이클리카가 발굴한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 개발과 전 세계 상업화를 담당할 예정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사이클리카이 보유한 플랫폼 기술을 높이 평가해 신약 개발 협업을 결정했다"며 "향후 논의를 통해 타깃 질환이나 후보물질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설립한 사이클리카는 자체적으로 중추신경계(CNS) 질환, 종양학, 자가면역질환 타깃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는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이다. 약물 타깃과 결합하는 후보물질의 약리학적, 물리화학적 및 약물동태적 특성을 고려해 선별하는 게 특징이다. 약물이 몸에 들어왔을 때 어느 부위로 가는지 파악하는 약물동태 연구로 새로운 기전 개발 가능성을 예측한다는 의미다.
사이클리카는 2개의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개발했다. 2019년 5월 공개한 약물 디자인 기술의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세계 최초 신약)인 '리간드 디자인(Ligand DesignTM)' 플랫폼과 클라우드 기반 AI 단백체 스크리닝 플랫폼 '리간드 익스프레스(Ligand Express)'를 보유하고 있다.
특정한 단백질 표적에 초점을 맞춘 기존 저분자 치료제 개발은 약물이 체내로 진입하면 몸 밖으로 배출되기 전까지 수백개의 단백질들과 상호작용한다는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사이클리카의 리간드 익스프레스를 적용할 경우 하나의 저분자에 대해 모든 단백질의 총집합을 볼 수 있는 데다, 저분자량 물질과 상호작용하는 모든 단백질을 예측·모델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팜캐드, 인세리브로 등이 양자역학을 더해 높은 정확도의 약물 디자인을 제시하는 반면, 사이클리카는 약물의 개발 가능성을 빠르게 예측해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이클리카는 2020년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CB인사이츠로부터 세계 13대 헬스케어 AI 스타트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글로벌 빅파마들은 일찍이 사이클리카의 핵심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앞서 2018년 11월 독일 바이엘은 사이클리아와 함께 약물동태적 특성을 예측하는 새로운 모델 개발연구에 착수했다. 이어 독일 머크도 약물-단백질 상호반응 스크리닝을 위해 사이클리카의 리건드 익스프레스를 도입해 신약 개발을 진행 중이다.
SK케미칼에 앞서 사이클리카와 협력에 나선 국내 기업들도 다수다. 유한양행은 2019년 11월 신약개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해 2개의 R&D 프로그램에 대한 후보물질 발굴 작업에 나섰다.
삼진제약도 올 8월 사이클리카, 심플렉스 등과 손잡고 암·섬유화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연구에 돌입했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사이클리카는 신규 타깃 히트(Hit) 물질을 찾는 것뿐 아니라 약효를 비롯한 종합적인 판단을 해준다"며 "현재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을 위해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