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실손보험 손해율 127.9%···4년째 130% 안팎 수준
최근 5년 누적 손실액 11조원 넘어서
“높은 손해율 지속으로 적자 누적…두 자릿수 인상 유력시”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내년부터 적용될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인상률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10%대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 안팎의 높은 수준을 나타내면서 적자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실손보험료 인상폭이 10%를 넘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과 금융당국은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률 논의를 진행 중이다. 손보사들이 적정 손해율을 계산해 금융당국에 제출하면 금융당국이 관계 기관과 인상폭 및 적용 시기 등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쳐 인상률이 결정된다.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통상적으로 12월 3~4째주에 결정된다. 보험사들은 내년 1월 실손보험 갱신을 앞둔 가입자들에게 보험료 예상 인상률을 알리는 갱신 고지서를 발송하고 12월 말까지 인상률이 정해지면 최종 인상률을 확정한 안내문을 다시 발송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두 자릿수대의 실손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비급여 의료 증가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30% 내외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적자가 심화되고 있는 탓이다.
손해율이란 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면 보험사들은 벌어들인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이 더 커져 적자를 보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실손보험의 적정 손해율 수준을 80%대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27.9%로 집계됐다. 지난 2018년 당시 121.2%였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2019년 133.9%로 치솟은 바 있다. 이후 2020년 129.9%, 2021년 130.4%로 130% 안팎의 손해율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5년간 실손보험 위험손실액 역시 1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018년부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이 시행되면서 기존 비급여 진료가 적용되던 항목의 급여화가 진행됐다. 그 결과 의료 이용량이 늘면서 실손보험 청구의료비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손실 보상이 정액형이 아닌 비례보상인 실손보험 특성상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영향까지 겹치면서 보험금 청구액 증가세가 가속화됐고 손실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수준 유지 시 향후 5년 동안 실손보험 누적 위험손실액은 약 30조원으로 추정된다”며 “향후 5년 이내 실손보험 손해율을 100% 이내로 유지하게 하려면 매년 21% 이상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실손보험료는 지난 2018년 동결 이후 꾸준히 인상되고 있다. 앞서 인상률은 지난 2019년과 2020년 6~7%, 2021년 10~12%, 2022년 14.2% 등이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는 가계 경제가 어려운 만큼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과도한 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손해율 회복을 위해 평균 20% 수준의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지만 금융당국과 절충을 통해 올해도 10%대 인상률을 협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부문의 손해율이 몇 년째 잡히지 않고 있고 130%에 육박하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태”라며 “정치권과 금융당국에서 실손보험료 인상을 자제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변수가 있을 수는 있겠지만 워낙 손해율이 높다 보니 10%대 인상률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