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신한은행장에 '젊은 피', 여성 임명 관측도
최대 비은행 계열사 신한카드 대표 교체될듯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예상을 깨고 차기 신한금융지주 회장으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내정되면서 열 개 넘는 계열사의 수장도 대거 교체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융권에선 최대 계열사인 신한은행과 비은행 ‘맹주’ 신한카드의 새 사령탑이 누가 될지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선 젊은 임원 혹은 여성을 임명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전날 진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로 추천했다. 당초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했지만 조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면서 진 행장이 그룹 수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진 내정자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표결을 거치면 최종 선임된다.
그룹 회장이 바뀐 만큼 신한금융의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도 큰 폭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공석이 된 신한은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또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 김희송 신한자산운용 대표,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대표, 배일규 신한자산신탁 대표, 이동현 신한벤처투자 대표 등이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난다. 총 계열사 CEO 열 곳이 인사 대상이다. 신한금융은 보통 12월 중순에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열어 계열사 대표를 선임한다.
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장 인사다. 지금껏 행장 자리는 계열사 CEO와 지주 부사장, 은행 부행장 중에서 선임됐다. 진 행장도 지난 2019년 당시 지주 부사장이었다가 조 회장의 부름을 받아 신한은행 지휘봉을 잡았다. 이를 고려하면 10명이 넘는 계열사 대표를 포함해 20명의 부사장·부행장 등 총 30명이 넘는 인물이 후보군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진 행장이 파격 인사를 단행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이미 KB금융이 지난해 새 국민은행장에 1966년생 이재근 행장을 임명하는 깜짝 인사를 한 바 있다. 이 행장은 대형 시중은행장 중 가장 젊기에 예상 밖의 인사란 반응이 대다수였다. 신한도 행장 인사를 통해 지주 회장 인사에 이어 세대교체를 이어갈 수 있단 관측이다.
이와 함께 여성 행장을 임명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여성이 행장에 오른 사례는 없다. 지난 2020년부터 차기 국민은행장에 박정림 KB증권 각자대표가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결국 행장이 되진 못했다. 이에 신한금융이 먼저 국내 은행권 최초 기록을 만들 수 있단 예상이다. 현재 계열사 CEO와 지주 부사장, 부행장 가운데 내부 출신 여성은 조경선 신한DS 사장, 박현주 신한은행 부행장 등 두 명이다.
하지만 신한은 KB와 상황이 다르기에 파격 인사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KB금융은 허인 전 국민은행장 등 차기 지주 회장 유력 후보자로 꼽히는 계열사 CEO를 새로 만든 부회장 자리에 임명했기에 은행장에 젊은 인물을 앉힐 수 있었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진 행장이 이제 임명된 상황이기에 후계 구도를 위해 부회장직을 신설할 가능성이 작다는 평가다. 이에 세대교체나 여성 행장 임명에 의미를 두기 보단 진 내정자 최측근 중 조직 '2인자'가 될 만한 인물을 은행장으로 내정할 것이란 설명이다.
비은행 계열사 중 가장 규모가 큰 신한카드 대표도 교체될 가능성이 크다. 임영진 신한카드 대표는 2017년 3월 지휘봉을 잡은 후 약 6년간 임기를 보냈다. 임 대표는 임기 동안 신한카드의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금융환경이 불안정한 올해에도 신한카드는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임 대표는 그간 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매번 최종 3인 후보군에 들었다. 하지만 재임 기간이 길었고, 차기 회장 경쟁자였던 진 행장이 그룹 수장이 된 만큼 이번엔 새로운 인물이 신한카드를 맡을 확률이 높단 평가다.
이 밖에 생명보험·증권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시선이 쏠린다. 성대규 신한라이프 대표는 연임할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신한라이프는 통합법인으로 출범한 지 1년 조금 넘었기에 아직도 화학적 결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이를 고려해 수장을 바꾸지 않고 조직 안정화를 꾀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영창 신한투자증권 대표는 사모펀드 사태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빠르게 수습했단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조 회장이 임명한 외부 출신 인물인 점 때문에 추가 임기를 받기 어렵단 관측이 나온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주 회장이 진 내정자로 교체됐기 때문에 자경위가 예년 보다 좀 늦은 시점에 개최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올해 말로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들이 많기에 연말에는 인사가 확정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