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관 출신 인사 유력 부상
지주 계열사 인사서 교체 폭 커진다면 권 행장 연임 불투명 관측
당국, 금융사고 CEO 책임론 부각···미흡한 내부통제 시스템 강한 질타
"NH농협은행, 공적 기능 강해···외부 영향과 변수 충분히 고려해야"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올해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NH농협은행 부행장 상당수가 대거 교체될 예정이다. 차기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관 출신 인사가 유력하게 부상하면서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연임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인사에서 교체 폭이 커진다면 권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 부행장에 10명이 새롭게 선임되면서 임원이 대폭 물갈이될 전망이다. 일부 부행장이 NH농협생명과 NH벤처투자 등 계열사 CEO로 이동할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기존 부행장 대부분은 퇴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행장에 새로 선임된 인물들은 모두 1966년생 기획과 영업통 인물로 채워졌다. 기준금리 상승 등 외부 리스크에 대응하고 영업 분야 전문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농협금융지주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강신노 부장을 신임 부행장으로 임명했고 은행의 올원뱅크사업부장, 디지털전략부장을 거친 강태영 서울강북사업부장도 신임 부행장에 이름을 올렸다. 지주에서 디지털전략부장을 지내고 은행에서 IT기획부 부장, 정보보호부문장을 역임한 박수기 부문장도 부행장에 임명됐다. 최미경 카드마케팅부장은 이들 가운데 유일한 여성 부행장이다.
업계에서는 부행장급 인사들이 물갈이에 가까운 수준으로 대폭 교체되면서 향후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대표 인사에도 영향을 상당부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달 NH농협금융지주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손 회장과 계열사 대표들에 대한 인선 절차에 돌입했다. 인선 대상은 오는 12월 31일 임기가 만료되는 손 회장과 권 행장,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이사, 강성빈 NH벤처투자 대표 등 4명이다.
현재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는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실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학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최측근 인사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캠프에 영입한 첫 번째 인물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호실적에 힘입어 연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으나 이 전 실장의 유력설이 흘러나오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손 회장의 교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권 행장의 연임 가능성도 낮아지고 있다. 연임이 기대되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교체된다면 회장 선임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는 다른 계열사 임원 인사에도 영향을 주고 교체 폭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 행장은 취임 이후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이대훈 전 행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농협은행 역사상 연임에 성공하는 행장이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손 회장 변수로 인해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금융사고에 대해 CEO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는 점도 변수라는 분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9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T/F' 중간논의 결과 발표에서 내부통제의 실효성 있는 작동을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및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과거 농협은 크고 작은 횡령사고로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금융감독원의 '은행·보험사·상호금융을 포함한 전체 금융기관 횡령사고 현황'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발생한 금융기관 금융사고 277건 중 76건이 농협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기관 전체 횡령사고의 27%로 금융권 사고 4건 중 1건은 농협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주철현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5대 시중은행 금융사고 금액 115억원 중에서 농협은행이 67억원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윤리강령위반 혐의도 농협은행이 전체 143건 중 41.9%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최근 6년 동안 NH농협은행에서는 29억180만원에 해당하는 횡령 사건이 발생했다. 모든 횡령 사건이 권 행장 임기 시절에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 NH농협은행은 미흡한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해 강한 질타를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의 경우 금융 본연의 역할과 함께 공적 기능도 강하기 때문에 행장 선임 시 외부 영향이 크다"며 "실적을 비롯해 다방면에서 경영 능력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외에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