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한진칼 지분 5% 하림그룹 팬오션에 블록딜 매각···지분 16.45%→11.49%
팬오션 지분매입 배경 놓고 ‘설왕설래’···호반건설과 연대해도 경영참여 쉽지 않아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칼 지분 가운데 일부를 하림그룹 계열사인 팬오션에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매각하면서 한진칼 단일 최대주주에서 2대 주주로 내려왔다. 호반건설로부터 지분을 매입한 팬오션은 단숨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제치고 한진칼 4대주주에 등극했다.

팬오션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하림그룹의 의도를 놓고서는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한진칼 주주구성이 다원화되면서 호반건설과 하림그룹이 연대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다양해진 한진칼 주주구성···하림그룹 4대주주 등극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호반건설이 블록딜을 통해 팬오션에 333만8090주를 매각하면서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5.8%)를 가진 단일 4대주주에 등극했다.

호반건설의 처분단가는 전날 종가대비 5.0% 할인된 주당 3만7715원으로 총 매각대금은 1259억원에 달한다. 이번 블록딜로 호반건설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은 1106만6917주에서 772만8827주로 감소했고 우선주 포함 전체 발행주식 대비 보유지분율은 16.45%에서 11.49%로 감소했다.

호반건설은 올해 3월 강성부펀드(KCGI)로부터 한진칼 지분을 6639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주당 매입가격은 5만9985원이었다. 이번 블록딜에서 주당 처분단가를 고려하면 743억원의 손실을 보고 판 셈이다.

이번 블록딜로 한진칼의 주주구성은 이전보다 다양해졌다. 한진칼은 보통주 6676만1796주와 우선주 53만6766주 등 총 6729만8562주를 발행한 상태인데 한진칼이 연간 결산배당을 하지 않으면서 정관에 따라 우선주도 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우선주 포함 호반건설은 최대주주에서 772만8827주(11.49%)를 가진 2대주주로 내려왔고 994만7508주(14.79%)를 가진 델타항공이 단일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3대주주는 산업은행으로 706만2146주(10.5%)를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보통주 385만6002주와 우선주 2867주를 합쳐 총 385만8869주(지분 5.74%)를 보유하고 있다. 팬오션에 이은 5대주주다. 조 회장의 여동생인 조에밀리리(조현민) 사장은 보통주 382만8727주와 우선주 2867주를 포함, 총 383만1594주(지분 5.7%)를 보유한 6대주주다. 조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씨가 우선주 포함 249만5437주(지분 3.71%)를 보유해 그 뒤를 잇고 있다. 한진칼은 오너일가가 5,6,7번째 주주인 셈이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경영권 분쟁 재발할까

호반건설의 이번 블록딜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건설부동산 업계에 불어닥친 냉기가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번 블록딜과 관련해 “유동성 확보 차원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기관투자가 대상 블록딜이 아닌 하림그룹을 특정해서 보유 지분 가운데 일부를 매각했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과 하림그룹 모두 호남권 기업이기에 모종의 연합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팬오션 분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팬오션은 올해 5월 18일부터 한진칼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고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9월말 기준 팬오션은 한진칼 주식 39만5911주를 보유했고 이번 블록딜 이전까지 2개월여 동안 56만5883주(0.8%)까지 주식수를 늘려왔던 것으로 분석된다.

팬오션은 이번 블록딜과 관련해 현재 투자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힌 상태다. 경영참여와 관련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향후 팬오션이 투자 목적을 일반투자나 경영참여로 변경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주구성상 호반건설이나 하림그룹이 손을 잡더라도 조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8월말 반도그룹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평가받는 LX판토스 등을 대상으로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율은 40%대 중후반까지 늘어난 상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