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진···적극적 주주환원으로 만회해야
비은행 실적 감소···대구은행 배당 부담 커져
대구은행, 지방은행 중 자본여력 가장 적어

/대구 옥산로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사진=DGB금융지주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최근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늘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DGB금융지주는 배당을 쉽게 확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DGB금융은 올해 하이투자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크게 부진했다. 더구나 자본건전성에 심각한 문제를 겪은 DGB생명에 자금을 대규모로 내려보냈다. 결국 배당을 늘리기 위해선 대구은행이 더 많은 자금을 보내야한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자본여력이 크지 않기에 지주로 대규모 자금을 보내는 것은 부담이란 평가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은행은 최근 중간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지난 5일을 기준으로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권리주주를 확정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기에 배당금은 모두 DGB금융지주로 간다. 대구은행이 보낸 배당금은 DGB금융지주가 외부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의 재원이 된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배당을 늘리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이 올해는 금융사의 배당 정책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들은 그간 배당성향(당기순익에서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당기순익도 크게 늘었기 때문에 배당성향까지 올라가면 금융지주의 총 배당규모는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DGB금융은 금융지주 가운데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주가가 올해 부진하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의 지난 6일 종가는 7800원으로 작년 말 대비 17% 떨어졌다. 지방금융지주 가운데 가장 많이 하락했다. 라이벌인 JB금융의 주가(8220원)는 작년 말 대비 소폭(1.5%) 빠진 것과 대조적이다. BNK금융은 같은 기간 14% 내렸다. 

DGB금융은 올해 당기순익이 감소했기에 배당을 늘리기 위해선 배당성향을 반드시 올려야 한다. 지난해 DGB금융은 총 1066억원을 배당한 결과 배당성향은 21.2%였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DGB금융의 당기순익은 전년 대비 4.2% 감소한 4818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결산배당 규모가 전년 대비 늘어나기 위해선 배당성향이 최소 1%포인트 오른 22.2% 이상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료=DGB금융지주, 에프앤가이드/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지만 대구은행이 짊어져야 할 부담도 그만큼 늘어난다. 지난해는 DGB금융의 증권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이 호실적을 거둔 덕에 대구은행의 배당 부담이 덜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배당성향을 33.33%을 책정해 총 1100억원을 지주로 올려보냈다. 1년 전 38.61%를 했던 것과 비교해 비율이 5%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하이투자증권은 1년 전 대비 150억원 늘어난 560억원을 지주로 보냈다.  

올해는 하이투자증권의 실적이 크게 부진하다. 하이투자증권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39% 급감했다. 부동산 시장이 크게 얼어붙은 결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투자금융(IB) 사업이 크게 쪼그라든 결과다. 지주로 배당을 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더구나 올해 DGB금융은 자본건전성에 큰 문제를 겪은 DGB생명에 대규모 투자금을 보내 자금 여력이 더 빠듯한 상황이다. 올 초 DGB생명은 금리가 크게 오른 탓에 지급여력비율(RBC)이 규제치 밑으로 하락했다. 이에 DGB금융은 생명에 올해 총 2750억원을 내려보냈다. 계열사로 대규모 현금을 보내면 그만큼 배당을 위한 재원도 감소한다.

문제는 대구은행의 지주로 자금을 많이 보내기엔 자본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주로 배당금을 많이 보내면 은행의 자본은 줄어들어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게 된다. 대구은행의 9월 말 기준 BIS비율(보통주자본비율)은 12.5%로 지난해 말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대구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가장 높은 부산은행(14.75%) 대비 약 2.2%포인트 낮다. 지주로 대규모 자금을 보내 지표가 크게 하락하면 금융당국의 감독이 더 강화될 수 있다. 

DGB금융 관계자는 "올해 금융지주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예고한 만큼 DGB금융도 이에 맞춰 배당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며 "다만 대구은행이 지주로 보낼 배당 액수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라고 말했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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