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새벽배송 규제 완화 가닥
롯데쇼핑, 옴니채널 줄이고 오카도와 협업 나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심야영업 제한에 따른 새벽배송 금지로 대기업들이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롯데쇼핑은 자구안을 폈던 옴니채널을 축소하고 오카도(Ocado)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그로서리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롯데쇼핑의 계획은 경쟁사와의 정반대로 정부 규제가 풀리면 되려 롯데 이커머스 부문이 더 뒤쳐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는 이달 중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규제 완화를 위한 상생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풀고, 심야영업 규제로 막혔던 대형마트 새벽배송도 재추진할 것으로 점쳐진다.

오카도 물류화 작업. / 사진=롯데쇼핑
오카도 물류화 작업. / 사진=롯데쇼핑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의 영업을 0시부터 10시까지로 제한하고, 매달 두 차례 의무휴업일을 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신도시의 경우 대형마트를 대체할 곳이 없는 등 지자체별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범위를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쪼개 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대형마트들은 의무휴업일로 인한 매출 타격을 피하기 위해 자구안으로 옴니채널 구축에 나섰다. 옴니채널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리모델링해 온라인 물류센터와 오프라인 매장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롯데쇼핑도 주요 롯데마트 점포를 옴니채널 점포로 활용해왔다. 최근에는 규모를 30개 점포에서 15개가량으로 줄이며 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정부 규제가 풀리면 경쟁사들에 비해 롯데쇼핑이 다시금 온라인 배송 사업에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김상현 롯데 유통군HQ 부회장은 그룹 내 이커머스 사업을 키우기 위해 영국 기반 글로벌 리테일테크 기업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비즈니스 관련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 오카도는 2000년 골드만삭스 출신 3인이 설립한 영국 온라인 슈퍼마켓 업체다.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지난해 매출액만 24억9900만 파운드(약 4조원)다.

롯데 유통군은 오카도와 국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을 공략함과 동시에 통합소싱에 기반한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에 나서 ‘그로서리 1번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카도의 스마트 플랫폼과 자동화물류센터(CFC) 시설에 2030년까지 9500억원을,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 1조원 규모를 투자해 롯데온과 다른 식료품 판매에 특화한 플랫폼을 구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롯데쇼핑은 그로서리 시장 공략을 위해 관련 기업과의 제휴, M&A(인수합병) 등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가 오카도와의 협업이다. 신동빈 회장이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사업으로 옴니채널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의 연장선이다.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CFC 6개를 설립하고, 우선적으로 2025년에 수도권과 부산 지역을 부지 후보로 오픈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에 선제적으로 투자를 진행해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며 “그로서리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품군인 만큼, 해당 시장의 선점은 곧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보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온 실적 추이. / 자료=롯데온, 표=김은실 디자이너
롯데온 실적 추이. / 자료=롯데온, 표=김은실 디자이너

다만 이미 롯데쇼핑은 롯데 유통 계열사 통합몰인 롯데온에 3조원 투입을 계획한 바 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롯데온은 지지부진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을 만드는 격으로 롯데쇼핑의 전략에 의문부호가 붙게됐다.

또 쿠팡, 컬리, SSG닷컴 등이 이미 각자 물류센터를 운영하는 상황에서 롯데가 오카도 운영을 위해 물류센터 내 IT 솔루션 전반을 구축하기 위한 과도한 수수료 지급으로 매출 견인효과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 진입장벽이 높아진 가운데 후발주자인 롯데쇼핑이 네이버, 컬리, 쿠팡, SSG닷컴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물론 지난해 기준 국내 그로서리 시장은 약 135조원 규모로 높은 성장세가 지속된다. 온라인 침투율은 약 25%로 다른 상품군에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미 롯데온이 부진한 상황에서 오카도와의 협업이 본격화되면 롯데온에서 신선식품 제품군이 제외될 가능성이 있어 오카도가 성과를 거둬도 롯데온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카도 자동화물류센터 부지 선정 작업 중”이라며 “오카도 자체에 7~8년에 거쳐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고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오카도의 협업이 가시화되면 롯데온과 시너지를 낼지 따로 앱을 구축해 운영할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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