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지난 8월 모더나가 제기한 소송 기각 요청
코로나19 mRNA 백신 전달 높이는 핵심기술 'LNP'
LNP관련 특허 여러 기업 얽혀···자체기술개발 주목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화이자가 모더나에 맞소송을 제기하며, 코로나19 백신 관련 소송이 혼선전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은 아뷰튜스, 앨나일람, 큐어백 등의 기업과도 소송에 얽혀 있다. 코로나19 백신의 두 거인이 맞붙은 가운데, 소송의 중심인 지질나노입자(LNP) 기술에도 눈길이 쏠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모더나가 화이자와 바이오앤테크를 상대로 코로나19 백신 관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부분에 대해 맞소송을 걸었다. 화이자 측이 모더나의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매사추세츠주 연방법원에 요청한 것이다.
모더나는 화이자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만드는 데에 중요한 두 가지 기술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그중 하나가 세포가 코로나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는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동안, mRNA 입자를 안정화하는 기술이다.
화이자는 해당 기술을 과학자들의 이전 연구를 토대로 자체 개발했다고 반박했다. 관련 기술이 이전부터 수정·발전해 왔으며, 다수의 과학자가 개발하고 발전시켜온 기술에 대해 모더나가 자신의 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로나19 mRNA 백신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LNP다. 화이자나 모더나의 코로나19 mRNA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정보를 담은 mRNA를 세포에 전달해 바이러스 단백질을 발현시켜 면역반응을 활성화하는 원리다. 이때 mRNA가 분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세포 내로 전달되는 기술이 중요하다. RNA는 크고, 신체 내에서 빠르게 분해해 효율적인 전달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기술이 LNP다. LNP는 RNA 분자를 감싸 분해로부터 보호한다. 또한 mRNA가 가진 음전하를 중화시켜 세포막 투과 효율을 높인다. 세포 내로 들어온 LNP는 mRNA와 분리돼 분해하고, mRNA는 세포질에서 단백질 발현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약물전달체로써 LNP 관련 연구가 시작된 것은 20여 년 전부터다. 1990년대엔 LNP를 활용한 약물이 첫 승인을 받았다. 이후 LNP 기술은 여러 회사로 이전을 거듭했다. mRNA 백신을 둘러싼 소송전이 혼선으로 번진 배경이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현재 복수 기업과 LNP 관련 특허 소송에 직면해있다. 지난 2월 아뷰튜스와 제네반트가 모더나를 델라웨어 지방 법원에 고소한 데 이어, 3월엔 앨나일람이 모더나와 화이자를 각각 고소했다. 초기 mRNA 개척자로 불리는 독일 기업 큐어백은 바이오엔텍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변종 감염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하며, 해당 백신 개발에 필수적인 LNP 기술 개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현재 LNP 관련 특허를 보유한 곳은 일부 글로벌 기업에 그친다. 해당 LNP 기술은 활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다수 기업이 자체 LNP 개발에 활발히 뛰어들고 있다.
현재 화이자, 모더나, 아뷰튜스, 앨나일람, 트렌스레잇바이오 등이 새로운 자체 LNP를 개발 중이며, 관련 특허도 지속적으로 출원하고 있다. 국내사 역시 LNP 기반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에스티팜, SK바이오사이언스, 인벤티지랩, 큐라티스, GC녹십자, 유한양행, 무진메디, 팜캐드, 인핸스드바이오 등이 LNP 기반 기술과 이를 활용한 mRNA 백신을 개발 중이다.
선두주자로 꼽히는 건 에스티팜이다. 에스티팜은 신규 LNP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에스티팜 측은 “마우스 실험 모델에서 기존 코로나 mRNA 백신에 사용된 이온화지질(Ionizable lipid)보다 hEPO(적혈구형성인자) 단백질 발현량이 33% 이상 많게 나타나는 등 기존 LNP보다 효능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역시 표적 조직에 대한 mRNA 전달력을 높이는 LNP 원천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질환 치료제로 mRNA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무진메디, 인핸스드바이오,인벤티지랩 등도 LNP 기반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소송전이 혼잡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사의 자체 기술 개발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