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10월 27일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광주에 위치한 협력회사였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 철판 가공품을 공급하는 협력사 디케이 생산 현장을 둘러본 뒤 “협력회사가 잘 돼야 우리 회사도 잘 된다”며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이 회장 발언처럼 삼성전자는 협력사 없이 홀로 성장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반도체와 스마트폰, TV 생산 등에 필요한 모든 부품과 장비를 독자적으로 조달할 수 없는 만큼 협력사들이 안정적인 공급망을 형성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매출 279조원, 영업이익 51조6300억원의 호실적을 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이 회장이 취임 이후 첫 공식 행선지로 협력사를 찾고 상생을 강조한 건 고무적인 일이다. 삼성전자는 원가 절감을 위해 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사업상 보안 유지를 위해 협력사를 사업부처럼 엄격하게 통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수익성 극대화와 대외비 자료 유출 방지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겠지만, 협력사 입장에서는 부당한 처사라고 느꼈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 단가 협상에서 업체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고, 삼성전자가 협력사를 대하는 태도도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한 반도체 협력사는 최근 삼성전자로부터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없냐는 질문을 받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자금시장 경색으로 금융 지원이 필요한지 확인하기 위한 취지였다. 또 다른 협력사는 구매팀으로부터 최소한 적자를 기록하는 일은 없도록 상생에 신경 쓰겠단 말을 들었다.
삼성전자와 협력사의 동반 성장을 위한 긍정적인 변화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가 설립한 단체인 ‘삼성전자 협력회사 협의회(협성회)’ 회원사는 200개가 넘고, 지난해 매출은 60조원 이상이다. 고용 인원도 30만명에 육박한다. 2·3차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협력업체 숫자는 수천 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와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라도 상생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 회장은 취임 이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삼성은 사회와 함께해야 한다”며 “고객과 주주, 협력회사, 지역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말처럼 삼성전자가 협력사와의 상생을 강화해나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