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한국밸류운용 보유한 카뱅 지분 한투증권으로 이전 추진
한투증권 자기자본 8조원 이상 가능···발행어음·IMA 등 유동성도 ‘탄력’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한국투자금융그룹이 한국금융지주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나눠서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옮기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끌어모으면 자기자본 증가에 따라 발행어음 규모가 확대되고 종합투자계좌(IMA) 진출 자격도 갖출 수 있게 된다. 지분 일부 매각으로 현금화도 가능해 유동성 여력이 한층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 한국투자증권, 카카오뱅크 지분 끌어모으나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금융당국의 허가 이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전날 공시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이 한국투자금융지주 및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카카오뱅크 주식에 대한 동일인 한도 초과 보유 승인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위원회의 승인 여부는 공시일 현재까지 확정되지 않았으며 계열사간 지분 매매 일정 또는 매매 대상 지분의 규모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사항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카카오에 이은 카카오뱅크의 2대주주다. 3분기말 기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지분 4%를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분 23.2%를 들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지주사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한국투자증권의 100% 자회사다.

2016년 카카오뱅크 출범 단계에서 한국투자금융그룹은 파트너사로서 초기 자본을 대는 역할을 담당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카카오가 최대주주 등극을 위한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카카오뱅크 지분 34%-1주만 빼고 잔여주식을 카카오에 양도하기로 계약하는 구조였다.

2019년 7월 카카오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34%-1’주를 제외한 카카오뱅크 주식을 카카오에 모두 넘기며 2대주주가 됐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한국투자금융지주와 같은 금융지주사는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상장사는 30%)을 보유하거나 아니면 5% 이내로 보유해야 한다. 법규정 때문에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뱅크 주식을 자회사인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이 2017년 국민주택채권 담합 혐의로 5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던 전력이 문제가 됐다. 인터넷은행 특별법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5년간 금융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1주를,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29%를 쪼개 보유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2019년 10월 지분 이전 작업을 마쳤다. 이후 카카오뱅크가 상장하고 스톡옵션이 실행되면서 지분율이 조금씩 낮아졌고 3분기말 기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분 23.2%, 한국금융지주는 4.0%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벌금형 이후 올해로 5년이 만료되면서 카카오뱅크 지분 양수를 위한 법적 제한이 사라졌다. 이에 한국투자금융그룹은 금융당국에 카카오뱅크 지분 보유를 위한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 발행어음·IMA ‘탄력’···지분 일부 매각도 가능

한국투자금융그룹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은 이날 카카오뱅크 종가기준 3조5816억원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의 3분기말 별도기준 자기자본은 6조2654억원이기에 한국투자증권이 이 지분을 현물배당이나 현물출자로 모두 받으면 단숨에 자기자본을 1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별도기준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한국투자증권의 유동성도 한층 확대될 수 있다.

우선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한도가 급격히 확대된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초대형 IB으로 지정된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 한도 내에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의 단기금융상품인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은 레버리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기에 증권사로서는 기업금융(IB) 한도를 더욱 늘릴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1호 발행어음 사업자로서 그동안 적극적으로 발행어음을 활용해 사세를 불렸다. 하지만 3분기말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1조9501억원으로 한도에 다다른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지분 편입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한도는 7조원가량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이 별도기준 자기자본을 8조원 이상으로 늘린다면 종합투자계좌(IMA) 서비스도 가능해진다. IMA는 증권사가 개인에게 예탁받은 자금을 기업금융에 활용하고 그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도록 만든 상품으로 발행어음과 달리 한도 없이 발행이 가능하다. 현재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인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뿐인데 아직 미래에셋증권도 IMA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 지분을 일부 매각하는 방식으로 필요에 따라 유동성을 적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뱅크 초기 주주였던 국민은행의 경우 지난 8월 카카오뱅크 약 1476만주를 주당 2만8704원에 블록딜로 매각함으로서 약 4237억원을 현금화했다. 블록딜 이후 국민은행의 카카오뱅크 지분율은 기존 8%에서 약 5%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3대 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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