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악화 직격탄···부동산PF 익스포저도 높아
희망퇴직 두고 노조 인위적 구조조정이라며 규탄
부임 첫해부터 위기 관리 능력 시험대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하이투자증권이 실적 악화에 희망퇴직 이슈까지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임기 첫해를 보내고 있는 홍원식 하이투자증권 대표가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주목된다.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버티고 있어 뒷배가 든든하다고는 하지만, 증권업황이 내년에도 부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위기관리와 함께 성장을 이뤄야 한다는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에서 노사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이 오는 8일까지 진행하는 희망퇴직을 두고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하이투자증권 지부가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한 노사 간 약속을 파기했다며 반발한 것이다. 사측은 고연령, 고직급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으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올해로 임기 첫해를 맞은 홍 대표는 노사 갈등 위기관리를 놓고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노조 측은 홍 대표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하면서 이번 구조조정을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상태다. 홍 대표 입장에서는 이 같은 내부 반발을 잠재우면서 회사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베스트투자증권 대표를 지냈던 홍 대표는 하이투자증권의 제2의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되며 지난해 말 수장으로 선임됐다. 모회사의 적극적인 지원도 이어졌는데, 올해 3월에는 2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 증권을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서기도 했다. 하이투자증권의 자본확충은 지난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홍 대표에게 거는 기대가 컸던 셈이다.
그런데 증권업황 악화가 겹치면서 실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 누적으로 7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쟁사 실적과 비교하면 선방한 실적이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1301억원)과 비교하면 43% 넘게 줄어든 수치다. ROE(자기자본이익률)도 지난해 14.53%에서 올해 3분기 누적 8.24%로 낮아졌다. 특히 지난 3분기만 떼어놓고 보면 순이익이 94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436억원에서 급감했다.
문제는 내년 역시 증권업황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보다는 내년 업황이 일부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부동산 관련 IB(투자은행)의 영업환경은 신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중단 탓에 여전히 좋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IB 영업수익 비중이 70%대이며 부동산PF의 기여도가 높다.
여기에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 뇌관이 살아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1조3577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95.4% 수준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익스포저 비중이 경쟁사 평균(67.7%) 대비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신용평가는 부동산 경기 저하로 인해 잔존 우발부채 익스포저의 부실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고 봤다.
다만 일부 지표들이 긍정적이라는 점은 내년을 기대케 한다. 우선 증권사 건전성 지표인 NCR(순자본비율)이 선제적인 자본확충 효과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NCR은 589%로 지난해 말 538.7%보다 높다.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PF 비중도 양적으로는 줄었는데 지난해 말에는 124.2% 수준이었다.
여기에 든든한 모회사의 존재도 성장의 고삐를 당길 수 있는 요소다. 다른 중소형사의 경우 단기자금 시장 경색 탓에 유동성 위기 이슈가 남아 있지만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모회사의 대외 신인도를 바탕으로 유동성 대응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실제 지난 주 진행된 하이투자증권의 18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5410억원의 자금이 유입 돼 흥행에 성공한 바 있는데, 모회사인 DGB금융지주가 지급보증 형태로 신용을 보강한 방식이 주효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