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추적관찰 통해 안전성·효능 입증해야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국내 이종장기 기업 제넨바이오가 세 번의 도전 끝에 세계 최초 이종췌도 이식 임상에 착수하게 됐다. 영장류 비임상의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면서다. 임상 승인의 문턱을 넘은 제넨바이오는 이제 인체 임상으로 안전성을 입증하는 본격적인 도전을 앞두고 있다.
6일 제넨바이오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9월 제넨바이오가 신청한 의뢰자주도 임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임상 1상은 무균 돼지의 췌도를 제품화한 세포치료제를 제1형 당뇨병 환자 2명에게 이식해 2년간 추적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종췌도의 안전성과 유효성은 물론 이상반응이나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위해서다.
◇ 이종췌도 이식, 이종이식 분야 첫 상용화 '기대'
제넨바이오는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진과 2004년부터 제1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이종췌도 이식을 연구해왔다. 이종췌도 이식은 무균 돼지의 췌도나 각막, 심장, 피부 등을 사람에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다른 고형 장기와는 달리 장기 자체가 아닌 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해지는 위험이 비교적 낮아 임상에 적용하기도 수월하다. 전 세계 이종 이식 분야에서 이종췌도 치료법이 가장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있다.
당뇨병은 질병 발생 기전에 따라 크게 제1형 당뇨병과 제2형 당뇨병으로 나뉘는데, 국내 환자는 대부분 인슐린이 부족한 제2형 당뇨병에 해당한다. 이들 환자는 식이요법,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반면 제1형 당뇨병은 자가면역 기전으로 췌장의 세포가 인슐린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해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가 필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형 당뇨병으로 인슐린 치료를 받은 환자는 4만4552명으로 집계된다. 302명에 달하는 2형 당뇨병 환자 수에 비하면 현저하게 적지만, 인슐린 치료를 받지 않는 환자나 의료급여 환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환자수는 더 많다는 분석이다.
이번 임상은 제넨바이오와 가천대 길병원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서울대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연구진과의 협업으로 내년 상반기에 개시될 예정이다.
◇ 세 번 도전 끝에 임상 '승인'···식약처 가이드라인·국제 기준 충족
제넨바이오가 임상 승인을 받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앞서 두 차례의 IND 심사에서 최종 기한인 1년을 넘겼던 식약처이지만, 이번 세 번째 IND는 단 3개월 만에 승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 10월 이종이식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면서다.
그간 식약처는 안전성 이유로 이종췌도 이식 IND 심사를 지연시켜 왔다. 전례가 없는 분야라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넨바이오는 2020년 8월 첫 연구자 임상(IIT) 1상을 신청했지만, 식약처가 최종 심사기한인 1년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자 임상 신청을 자진 철회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의뢰자 주도 임상(SIT)으로 자료를 보완한 제넨바이오는 다시 임상을 신청했지만, 식약처는 이번에도 1년 안에 승인 여부를 내놓지 못했다. 최종 처리기한이 다가오자 여러 추가 입증 자료를 요청했고, 제넨바이오는 자료 마련을 위해 또다시 철회를 택했다.
이에 식약처는 10월 말 이종이식제제 개발을 지원할 품질 관리, 비임상·임상시험 평가 시 고려사항을 안내하는 ‘이종이식제제 품질, 비임상 및 임상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크게 '이종이식 제제 품질관리, 비임상·임상시험 시 고려사항'과 '이종이식제제 개발을 위한 원료동물 사육·관리 시 고려사항'으로 분류된다. 특성 분석과 감염성 인자 시험방법(품질), 이종이식제제 면역거부 등 실험동물 반응성(비임상), 이식 관련 주요 안전성 평가항목(임상), 원료동물 감염원 관리 등이 포함됐다.
제넨바이오는 식약처의 가이드라인에 더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이종장기학회(IXA)가 제시한 안전성 및 유효성 관련 국제 기준에도 충족하는 데이터를 확보했다. 앞서 2009년 WHO는 IXA와 이종이식을 위한 합의문을 통해 안전성 입증에는 이종이식제제 원료동물은 총 149개 항목의 감염원에 대한 검사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유효성 측면에서는 영장류 8마리 중 5마리 이상에서 인슐린 요구도가 유의미하게 줄고 6개월 이상 생존하는 경우 효력 근거가 된다고 정했다.
제넨바이오에 따르면 앞서 2020년 진행한 비임상 결과 무균돼지의 췌도를 이식 받은 영장류 당뇨 모델이 이식 전과 비교해 유의미한 인슐린 요구도 감소를 보였다.
제넨바이오 관계자는 "2020년부터 식약처가 요구한 자료를 하나하나씩 취합해 IND 신청 때 모두 제출했다"며 "원료동물 및 이종췌도의 안전성 입증을 위해 146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실시했고, 높은 특이도와 민감도의 검사법인 실시간 PCR로 안전성 검사에 대한 신뢰도도 높였다"고 설명했다.
◇ 사람에게 이종췌도 이식하는 '세계 최초' 임상···"안전성 입증 관건"
다만 제넨바이오의 본격적인 도전은 본 임상부터다. 영장류 시험으로 오랜 기간 진행해온 연구 결과를 인체 임상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보고된 사례를 제외하면 세계 최초 이종췌도 이식 임상인 만큼 안전성 입증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황정호 안전성평가연구소 동물모델연구그룹 박사는 "세 번의 도전 끝에 제넨바이오의 영장류 비임상의 안전성이 인정됐다"며 "세포의 독성으로 실제 환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분석했다.
다만 황 박사는 이종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경우는 전례가 없는 만큼 결과를 예견하긴 어렵다고 봤다. 그는 "현재까지 이종췌도를 사람에게 이식한 경우는 관절에 자가 줄기세포 이식 사례가 전부"라며 "세계 최초 이종이식 임상이니 식약처 권고대로 2년간 추적관찰을 통해 충분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