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내년과 2025년 각각 미국·유럽 특허 만료
12조원 시장에 바이오시밀러 박차···관련 제품, 삼천당제약 주가 견인
"생산·제형 등 여러 특허 합의 문제에 출시 시기 정확히 말하긴 어려워"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삼천당제약이 황반변성 치료제인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SCD411)에 대한 제품 공급 및 독점판매권을 체결하며 유럽 시장 진입 청신호를 켰다. 시장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2025년 미국 물질특허가 만료하는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시장 귀추가 주목된다. 암젠, 마일라 등 글로벌 제약사뿐 아니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도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성분명 애플리버셉트)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 중이다. 황반변성은 신생 혈관이 과도하게 생성해 황반을 손상하며 발생한다. 시력이 서서히 저하되다 실명까지 이른다. 글로벌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0년 89억 달러(약 12조 원)에 달한다.
삼천당제약의 주가는 지난 한 주간 35.79% 올랐다. 최근 1개월 기준으로는 52.34% 상승했다. 지난 27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15개국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 독점 판매 권한을 해외 제약사에 부여하는 계약 체결이 삼천당제약의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현 황반변성 치료제 시장은 ‘아일리아’와 ‘루센티스’가 순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 리제넬노과 독일 바이엘이 공동 개발한 아일리아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89억 달러(11조6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 제넨텍이 개발한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은 같은 기간 35억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아일리아는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했을 때, 세계 판매 순위 5위다. 블록버스터 제품인 아일리아의 미국과 유럽 물질특허가 각각 내년 6월과 2025년 5월 만료한다. 이에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글로벌 제약사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뛰어들고 있는 가운데, 삼천당제약이 올 9월 임상 3상을 끝낸 지 세 달여 만에 글로벌 라이센싱 계약 사실을 알리며 시장 기대감이 확산한 것이다.
삼천당제약은 이번 계약으로 앞으로 10년간 유럽 15개국 판매로 발생하는 매출의 50%를 받는다. 앞서 2019년 3월 독점판매권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일본 센주 사와도 이익을 50%씩 분배하기로 한 바 있다. 삼천당제약은 센주 사에 계약금 220만 달러와 마일스톤 800만 달러를 받았고, 지난해 300만 마일스톤을 추가로 수령했다.
다만 이번 계약은 ‘바인딩 텀싯(binding termsheet·구속력 있는 거래조건)’으로 계약완료 상태는 아니다. 다만 기재된 사항이 법적구속력이 있어 계약이 엎어질 가능성은 없다는 게 삼천당제약 측 설명이다. 본 계약 체결은 내년 초로 예상한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종근당, 큐라클, 안지오랩, 압타바이오 등 다수 국내사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SB15'의 임상을 3월에 끝내고 허가신청을 준비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국내까지 글로벌 시장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CT-P42'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외 알테오젠, 큐라클, 안지오랩, 압타바이오 등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관건은 투약 주기 연장과 약가다. 황반변성 치료제에서는 투약 주기 연장이 관건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투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투약 편의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현 높은 약가의 부담을 줄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국내 기준 아일리아의 약가는 약 70만 원이다.
제품 출시 시기도 중요하다. 바이오시밀러 특성상 첫 번째로 나오는 제품의 영향력이 크다. 암젠, 마일라 등 글로벌 제약사 역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준비 중이기에, 시장 선점 중요성이 강조된다.
다만 내년과 2026년 미국과 유럽 물질특허가 만료한다고 해도,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제품 출시까지는 이보다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업계 예측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물질특허가 끝났다고 바로 바이오시밀러가 나오진 않는 추세”라며 “물질특허뿐 아니라 생산특허 등 특허 종류가 다양하고, 이에 관련한 여러 추가적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아일리아는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늦추기 위한 전략 일환으로 생산(2026년), 제형(2027년), 투여요법(2032년)에 특허가 걸려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다양한 특허와 이에 따른 합의, 시장 상황이 관건이기 때문에, 현재 제품 출시일을 가늠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