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절벽 속 거래세 부담 완화 관심···시장 상황·정권 성향상 연장 가능성 무게
“규제지역 해제, 행정단위 별 지정 필요”···취득세 완화 놓고는 찬반 엇갈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정부가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 경감에 나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단, 내년 5월로 끝나는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 유예가 추가로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규제지역 자체를 손볼 시기가 됐다고 진단한다. 여소야대로 법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다주택자 양도세 부과 기준인 조정대상지역을 전면 해제하거나, 규제지역을 행정구역 단위로 재편하는 방안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법령상 양도세는 주택보유수와 보유기간, 지역, 주택 형태에 따라 최대 75%의 세율이 부과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조정대상지역에만 적용되나 현 정부는 출범 직후 내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조정지역 내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를 시행했다.
조정지역 자체도 줄어들고 있다. 조정지역은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 2배를 뛰어넘거나 주택 청약 경쟁률이 5대 1 이상인 지역이 지정되는데, 현 정부 들어 꾸준히 해제되면서 현재는 서울과 과천, 성남(분당, 수정구), 하남, 광명 정도만 남아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가 연장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 내에서 연장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도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사정에 밝은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권 성향이나 거래가 끊긴 현재 시장 상황을 봤을 때 정부가 내년 5월 이후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환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보수 정권은 집값 하락기 양도세 과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도입됐다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자 적용이 유예됐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엔 아예 폐지됐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양도세 중과 제도의 손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를 완화한 상태에서 한시적 추가 유예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규제지역을 해제하면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 적용된 양도세 중과도 함께 해제된다.
두성규 전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규제 지역을 해제하면 대출, 세제, 재건축 규제, 청약 등 각종 규제들이 종합적으로 모여있는 부분들이 해제되면서 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환경으로 변할 수 있다”며 “양도세 부분에 대한 한시적 중과 면제 부분을 연장하는 것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시장이 제 모습을 갖추고 시장이 금리의 단기적 급락에 의해 충격받은 부분에서 벗어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 시장 상황이 투기 세력이 활개 칠 환경이 아닌 상황에서 규제지역 지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이란 진단이다.
거래세의 또 하나의 축인 취득세를 놓고는 완화가 필요하단 분석과 신중론이 엇갈린다. 현재 취득세는 보유 주택수 등에 따라 최대 12%가 과세된다. 완화론은 지난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과도하게 얼어붙은 수요로 인해 시장 침체가 굉장히 장기화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본다.
금리로 얼어붙은 부동산 상황에서 거래 비용도 부담이 크다면 냉각된 거래가 회복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두 위원은 “지금 서울은 7월부터 지금까지 거래량이 전년 대비 70~80% 감소돼 있는 상황이다. 이걸 회복하기 위해서는 양도세 뿐 아니라 취득세 부분도 부담을 낮춰줄 필요가 있다”며 “양도세는 매도인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측면이 있다면 취득세는 매수인 거래비용을 낮춰주는 측면이 있다. 혜택이 돌아가는 당사자가 다르다”고 말했다.
매도자 거래세인 양도세를 경감시키는 데 더해 매수인 거래세인 취득세를 낮춰주면서 거래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란 조언이다.
반면, 취득세를 섣불리 건드리면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단 우려도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지금 취득세 중과 기준이 조정대상 2주택, 그 외 지역 3주택 이상인데 조정지역이 대부분 해제됐다.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통과되면 다주택자나 법인의 부동산 보유 부담이 거의 사라지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시장 유동성을 가진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재진입할 가능성이 있기에 취득세 중과 자체는 일단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주택자가 시장에 나오는 매물을 사면서 거래량이 늘어날 순 있지만 다주택자가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한 사회현상은 아니기에 다주택자의 재진입을 조금이라도 방어하는 건 필요하단 주장이다.
취등록세 제도 자체를 바꿔야 한단 지적도 나온다. 박 교수는 “지금 조정지역이 다 해제되면서 제도의 실효성이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취득세나 양도세 중과 같은 규제를 조정대상지역 유무가 아니라 행정구역 단위로 해야 한다”며 “행정구역은 취득세 중과 대상 지역의 경우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기타 인구 20만명 이상 지방 지자체를 포함하는 식으로 지방에서도 다주택자 발생을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