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 한계 맞은 뚜레쥬르, 미국 투자 본격화
파리바게뜨와 경쟁 불가피···현지 반응 긍정적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제과·제빵 1위 기업인 SPC그룹이 최근 발생한 안전사고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으며 불매운동이 대상이 됐다. SPC 계열사인 파리바게뜨가 한 달 넘게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으면서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뚜레쥬르는 국내를 넘어 본격 미국 시장 확대에 나서려는 복안이지만, 이미 해외에서도 파리바게뜨가 몸집을 키우고 있던 터라 뚜레쥬르가 만년 2위에 머무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SPC 불매운동 여파로 파리바게뜨를 찾는 소비자들이 줄고 있다. 앞서 SPC그룹의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끼여 숨지를 사고를 계기로 한 달 넘게 SPC 계열사의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파리바게뜨 점주들은 사고 전 대비 발주량을 줄이며 자구안에 나서고 있다.
파리바게뜨의 불매운동으로 일부 점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11월 매출은 평소 대비 25~45%가량 줄었고, 일부 점포는 70%가량 줄었다. 점주들은 불매운동 여파로 폐기하는 빵이 늘어나자 판매 물량을 줄이고 있다.
서초구에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는 “동네에서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라 매출 타격은 적은 편이지만 일부 점포는 매출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파리바게뜨 불매운동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로 꼽히는 CJ푸드빌의 뚜레쥬르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 않다. 과거 남양유업 불매운동 당시 매일유업이 반사이익을 누린 바 있어 뚜레쥬르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파리바게뜨의 가맹점포수는 3366개다. 같은 기간 뚜레쥬르는 1285개로 파리바게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뚜레쥬르가 예상보다 수혜를 입지 못한 배경에는 온라인 플랫폼과 커피 전문점, 편의점 등에서도 베이커리류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등 대체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뚜레쥬르가 파리바게뜨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베이커리류는 대체품이 가능하고 특히 '베이커리 프랜차이즈는 파리바게뜨'라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뚜레쥬르가 생각보다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한 것”이라며 “국내 소비자들은 줄을 서서라도 구매하는 등 맛에 민감한 편인데 뚜레쥬르를 대체할 곳이 늘어나고 있어 특별한 제품을 팔지 않는 한 굳이 찾아가려고 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대기업 빵집은 중기적합업종으로 분류돼 출점제한이 적용된다. 중기적합업종은 중소기업이 사업을 해도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업종을 법률에 명시된 일정한 기준에 따라 중기 고유업종으로 지정, 대기업의 신규 참여를 일부 제한하는 제도다. 제과점업의 경우 신규 출점시 500m 거리제한과 2% 총량 제한이 있다. 즉 전년도 말 기준 점포수의 2% 내에서만 가맹점을 신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성장 한계를 마주한 뚜레쥬르는 미국에 대규모 제빵 공립 건립에 나서며 본격 사업 확대에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에서는 프랜차이즈 출점 제한이 없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현재 뚜레쥬르 미국 점포수는 82개에 달하며, 실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CJ푸드빌에 따르면 뚜레쥬르는 가맹사업 중심으로 현재 로스앤젤레스, 뉴욕, 뉴저지, 매사추세츠 등 21개 주에서 총 8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일반 베이커리점에서 대부분 투박한 빵을 판매하고 품목이 다양하지 않아 미국에서 뚜레쥬르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미국 뚜레쥬르 빵 가격은 국내 가격 대비 2배가량 높아 CJ푸드빌 미국법인 실적도 지속 상승하고 있다.
다만 뚜레쥬르가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다. 뚜레쥬르는 미국에서 82개 점포를 운영하며 현지 베이커리와 차별성으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지만 이미 파리바게뜨가 미국에서도 시장을 선점하며 몸집을 키우고 있어서다. 해외에서도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와 경쟁에서 자칫 밀릴 가능성이 있다.
파리바게뜨는 미국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며 매장 오픈을 앞다투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노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의 미국 매출은 1억7300만달러(한화 약 2150억원)로 추정, 가장 높은 수익성을 기록한 프랜차이즈 상위 500위권에 포함됐다. 현재 파리바게뜨의 미국 매출은 33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42%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현재 미국에서 21개주에서 뚜레쥬르 깃발을 꽂으며 점포 확대에 주력 중”이라며 “수익성이 탄탄해지고 있고 현지 반응도 좋아 미국 공장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