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특별공급, 6일 1순위 청약 접수
견본주택, 나흘간 1만4000명 몰려
강남권 입지·더블 역세권, 완판 예상 우세
일반 물량 소형·저층 집중, 계약률 높지 않을 수도
“계약 완료 목표지만 무순위 가능성 열어둬”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가 5일부터 청약을 시작한다. 서울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공급되는 만큼 이번 청약 성패는 향후 분양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대기 수요가 많아 완판은 어렵지 않겠지만, 예상보다 비싼 분양가와 이자 부담·평형 논란 등 변수가 많아 실제 계약률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둔촌주공은 이날 특별 공급을 시작으로 일반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6일 1순위 해당 지역(서울 2년 이상 거주자), 7일 1순위 기타 지역(서울 2년 미만 거주자 및 경기·인천 거주자), 8일 2순위 접수를 받는다. 당첨자는 15일에 발표되며 정당 계약은 내년 1월 3일부터 17일까지 15일간 진행된다. 입주는 2025년 1월 예정이다.
둔촌주공은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170-1번지 일대(면적 약 62만㎡) 들어서는 초대형 재건축 단지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기존 5930가구에서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서울 단일 단지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현대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4개 대형 건설사가 공동 시공을 맡았다. 이곳은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위치한데다 서울 지하철 5·9호선 더블 역세권에 입지에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전용면적별 분양가는 최고가 기준 ▲29㎡ 5억2340만원 ▲39㎡ 7억1520만원 ▲49㎡ 8억8100만원 ▲59㎡ 10억4000만원~10억6250만원 ▲84㎡ 12억9600만원~13억124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전용 84㎡는 모두 분양가가 12억원을 넘겨 중도금 대출이 불가하다. 주택형별 공급 물량은 ▲29㎡ 10가구 ▲39㎡ 1150가구 ▲49㎡ 901가구 ▲59㎡ 1488가구 ▲84㎡ 1237가구로 전체 공급 물량은 4786가구(특별공이 1091가구·일반공급 3695가구)다.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이 빙하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둔촌주공의 청약 결과가 향후 시장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입지가 좋은 둔촌주공마저 흥행에 실패한다면 서울은 물론 전국적으로 분양을 준비 중인 단지들도 성공을 장담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심리 마지노선이 붕괴돼 분양시장뿐 아니라 매매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흥행이 성공해 시장 알짜 아파트는 건재하다는 게 확인되면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둔촌주공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지난 1일부터 나흘간 운영된 둔촌주공 견본주택에는 코로나와 한파에도 1만4000여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시장에선 서울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 분양 소식은 지난 1월 이후 처음인데다 역세권 단지인 만큼 청약 1순위 마감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청약에 최소 10만명 이상이 몰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주택 시장 분위기 등을 고려했을 때 청약 당첨 가점은 지난해(평균 62점) 대비 다소 낮은 50~60점대가 점쳐진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중도금 대출 규제 상한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린 만큼 실수요자들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가점이 많이 낮아진 만큼 내 집 마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계약률은 낙관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당장 예상보다 분양가격이 높아 자금 부담에 시달릴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현재 중도금 대출이 가능한 평형대는 전용 59㎡까지다. 59㎡만 해도 분양가의 20%인 계약금 등을 포함해 최소 3억원의 현금을 마련해야 한다. 중도금 대출이 나오지 않는 84㎡는 최대 10억여원이 필요하다. 분양가 외에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고금리 시대에 청약자 입장에선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으로 풀리는 물량의 상당수가 선호도가 떨어지는 평형, 층수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실제로 소형 주택형은 선호도가 높은 로열층도 있지만 전용 84㎡는 주로 저층에 배치됐다. 이른바 ‘옆집 뷰’ 논란도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558가구가 나오는 전용 84㎡E형과 149가구가 예정된 전용 59㎡C형은 주방 창문을 통해 옆집 내부가 보일 정도로 동 간격이 좁다. 사생활 침해는 물론, 환기·통풍 문제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합원 몫을 빼고 남는 물량 중 다소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들이 많다”며 “둔촌주공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 단지로 청약 당첨자에겐 2년 실거주 및 8년 전매 제한(당첨자 발표일부터) 의무 등 각종 규제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흥행 여부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시공사로 참여한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예비당첨자 내에서 계약을 완료하는 게 목표지만 일부 무순위로 널어갈 가능서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다만 주변 시세와 비교해 봐도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고 더블 역세권으로 입지도 우수한 만큼 미계약분이 발생해도 금방 소진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