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세 자녀에게 경보제약 주식 280억원씩 증여했다가 11월 29일 전격 취소
주가 하락에 증여세 과도하다 판단···경보제약 주가는 실적 부진에 ‘우하향’ 중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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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이장한 종근당 회장 부부가 지난 8월 세 자녀에게 각각 280억원에 달하는 경보제약 주식을 증여했다가 증여를 전격 취소했다. 주식증여 이후 주가가 급락하자 증여세를 과도하게 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보제약은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의 자회사로서 이 회장의 세 자녀가 지주사 지분을 확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회장의 세 자녀는 지주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향후 증여받게 될 경보제약 보유주식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이장한·정재정, 경보제약 주식증여 전격 취소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전날 경보제약은 이장한 회장과 부인 정재정씨가 지난 8월 자녀인 이주원 종근당산업 이사, 이주경씨, 이주아씨를 상대로 실행한 주식증여를 취소했다고 공시했다.

경보제약은 종근당홀딩스 산하 원료의약품 회사로 종근당홀딩스가 지분 43.41%(1037만7045주)를 가지고 있다. 이 회장 등 오너일가 역시 17.08%(408만6035주)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0.49%(1446만3080주)에 달한다.

지난 8월 주식증여 이전까지 오너일가 지분 17.08% 가운데 이 회장은 4.64%(111만363주), 정씨는 5.42%(129만5890주)를 들고 있었고 이주원 이사와 이주경씨는 3.09%(73만9280주)씩, 이주아씨는 0.84%(20만1222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8월 12일 이 회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111만363주(4.64%) 가운데 40만주(1.67%)를 아들인 이주원 이사에게 증여했고 부인 정씨는 딸인 이주경씨, 이주아씨를 상대로 39만8천주씩 증여했다. 주식증여 단가는 주당 7042원으로 증여금액은 1인당 280억원에 달했다.

주식증여로 이 회장과 정씨의 경보제약 지분은 각각 2.97%, 2.08%로 줄고 이주원 이사는 4.76%, 이주경씨는 4.76%, 이주아씨는 2.51%로 지분이 늘어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분 취소로 인해 경보제약 주주구성은 이전 상태로 돌아갔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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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증여 취소의 배경으로는 주가 변동이 꼽힌다. 상장주식을 증여할 때는 증여일을 기준으로 전후 2개월 간 종가의 평균금액을 기준가로 삼는다. 이번 주식증여시 주당 평균단가는 7042원이었는데 경보제약 주가가 증여 후 급락하면서 결과적으로 비싼 가격에 증여를 한 셈이 됐다.

경보제약 주가는 주식증여 공시가 8월 16일 나간 이후 하락세가 지속되며 10월 13일에는 4875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반등해 이날 6290원으로 장을 마감했지만 여전히 증여 당시 평균단가보다 낮다. 다시 재증여를 선택한다면 증여세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경보제약 주가 역시 2020년12월24일 2만1100원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꾸준히 우하향 중이다. 경보제약은 원료의약품 매출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7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감소했고 영업손실도 6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올해도 3분기째 7억~9억원가량의 영업손실이 분기마다 지속되고 있다. 종근당 관계자는 “주식증여 취소는 증여세 문제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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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보제약 지분 활용해 종근당홀딩스 지분 늘릴까

이장한 회장 일가가 들고 있는 경보제약 주식은 향후 경영승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종근당 창업주 고(故) 이종근 회장의 장남인 이 회장은 2013년 종근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종근당이 지주사 체제로 바뀌면서 이 회장은 2016년 보유하고 있는 종근당, 종근당바이오 등 자회사 지분을 지주사인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지배력을 확대했다. 이 회장은 현재 종근당홀딩스 지분 33.73%를 들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세 자녀가 들고 있는 종근당홀딩스 지분율은 아직 미미하다. 이주원 이사가 2.62%, 이주경씨가 2.35%, 이주아씨 2.31% 등을 가지고 있다. 세 자녀의 현재 지분도 오랜 기간에 걸쳐 이 회장의 주식증여와 장중 매수를 통해 쌓아온 것이다.

이 회장의 세 자녀는 2020년 2~3월 총 7억6195만원을 들여 종근당홀딩스 주식 총 7191주를 매입한 후 지분매입을 잠시 중단했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다시 주식매입을 재개했고 이후 최근까지 종근당홀딩스 주식을 꾸준히 장중 매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세 자녀가 보유한 경보제약 주식이 종근당홀딩스 지배력을 확대하는데 활용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경보제약 주식을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종근당홀딩스 신주를 받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 2016년 당시에도 이 회장의 세 자녀는 이 회장을 따라 종근당바이오 주식을 종근당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종근당홀딩스 신주를 교부받는 방식으로 종근당홀딩스 지분율을 높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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