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관측 “종근당은 1000억원대 품목 포기 안 해”···매출 외 긍정 효과, 독점 유통권 확보
업계, 파트너 교체 전망도 제기···“판매 수수료 놓고 줄다리기 예상” 지적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HK이노엔이 내년 초 출시할 저용량 ‘케이캡 25mg’ 판매를 종근당과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에 지난 5월 HK이노엔이 ‘케이캡구강붕해정’을 단독 판매하며 불거졌던 두 제약사 결별설이 가라앉고 내년 말 계약을 연장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수수료 때문에 결국 두 제약사 공동판매가 계속되지 못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오는 2023년 1월 출시를 목표로 P-CAB(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25mg 급여등재를 위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타결시키는 대로 케이캡 25mg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올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은 케이캡 25mg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소화성 궤양 및/또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등이다. 특히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적응증은 케이캡 25mg이 유일하다. 유지요법에 대한 처방기간 제한이 없다는 게 강점이다.
HK이노엔은 출시 후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종근당도 내년 초부터 케이캡 25mg을 두 제약사가 판매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처럼 케이캡 공동판매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매출량이 늘었고 HK이노엔이 지난 5월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출시한 후 단독으로 유통을 진행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참고로 구강붕해정은 물 없이 녹여 먹을 수 있는 제형을 지칭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두 제약사가 공동판매하던 품목을 비록 물량은 적지만 구강붕해정을 한 제약사가 단독 유통시킨 상황은 업계가 주목할만했다”라며 “말 많은 약업계에서 대형품목 유통권에 대해 다양한 관측과 분석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앞서 HK이노엔과 종근당은 지난 2019년 1월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두 제약사는 계약사항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당시 계약기간이 5년이어서 내년 말 종료되는 것으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이에 5월 케이캡 구강붕해정 출시에 이어 이르면 내년 1월 시장에 나오는 케이캡 25mg 유통권에도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우선 내년 말 HK이노엔과 종근당이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캡이 시장에서 탄탄한 위치를 점유한 상황에서 종근당이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 지난 1월 105억원 등 원외처방실적이 100억원을 넘은 달이 올해 10달 중 8달로 집계된다. 10개월 누적 ‘케이캡 50mg’과 케이캡 구강붕해정 원외처방실적은 1026억원이다. 종근당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3분기 누적 1조 913억원 매출을 기록한 상황에서 연간 1000억원 넘는 대형품목 유지는 중요한 사안이다.
매출 외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 효과는 적지 않다. 현재 HK이노엔은 종근당에 케이캡 50mg 독점 유통권을 제공한 상태다. HK이노엔이 케이캡을 생산한 후 종근당에 판매하면 종근당은 의료기관이나 도매업소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시점이나 수수료로 인한 일부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HK이노엔 매출이 종근당 매출인 셈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형품목 유통권을 독점 제공한 것인데 종근당이 포기하기에는 케이캡이 너무 큰 규모”라며 “사업적 측면에서 종근당에는 케이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5월 구강붕해정 사태는 두 제약사간 일종의 해프닝에 불과하다”며 “HK이노엔이 종근당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면 계약 연장은 성사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제약업계에 빈번한 파트너 교체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중반기부터 거론된 이른바 케이캡 불확실성 논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케이캡은 연매출 1000억원이 넘는 품목이 됐기 때문에 HK이노엔은 지난 2019년 당시 처음 계약할 때 수수료율보다 낮은 수준을 요구할 수 밖에 없다”며 “큰 그림이 계약 연장 추진 과정에서 그려질 것”으로 예상했다. 즉 대형품목 유통권을 놓고 수수료 등 조건에 경쟁도 예상되는 복잡한 상황을 전망한 것으로 풀이되는 언급이다.
결국 내년 초부터 케이캡 25mg을 공동판매하는 HK이노엔과 종근당은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고민한 후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할 전망이다. 연매출 1000억원을 넘은 케이캡은 매출 외 긍정적 효과도 있어 유통권에 대한 경쟁이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실감이 어렵지만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대웅제약 ‘펙수클루’ 외에 제일약품 신약후보물질 ‘JP-1366’ 등이 있어 내년 말 상황을 짐작하기 쉽지 않다”며 “HK이노엔 속내가 특히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