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횡령 사건에 대한 검사의견서 발송···압박 본격화
이사회 내 당국의 무리한 징계라는 의견과 소송에 따른 리스크 우려 공존
유사 선례 존재, 소송전 승산 가능성···라임 징계 승복 시 DLF 소송 당위성 사라져
손 회장 결단 기다려야 한다는 분위기···지배구조 리스크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판단 내릴 것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금융감독원과 우리금융그룹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임을 둘러싸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우리금융 이사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 유사한 선례가 존재하는 만큼 손 회장이 가처분을 포함해 소송전에 나선다면 승산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관련 대응 방안을 두고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손 회장은 사외이사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판단도 중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손 회장의 결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700억원대 우리은행 횡령 사건에 대해 손 회장을 비롯한 우리은행 전·현직 임원을 검사대상으로 하는 내용의 검사의견서를 발송했다. 검사의견서는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사실상 징계를 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검사 결과 징계할 사유가 없으면 검사의견서를 보내지 않는다"며 "사실상 징계에 들어가기 전에 상대방에게 충분한 반론권을 주기 위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임에 도전하는 손 회장을 향한 금융당국의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금융 이사회의 셈법은 복잡한 상황이다. 이사회 내에서는 당국의 중징계가 무리한 제재라는 의견과 연이은 징계와 소송에 따른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함께 오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손 회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라임 징계와 관련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인 행정소송 제기 등 대응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놓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언급하며 취소소송 제기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9일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 시절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를 불완전 판매했다는 의혹으로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았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하지만 손 회장이 금융위 징계 효력 집행을 정지하는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에서 인정을 받으면 징계 효력은 일시 중지되고 연임하게 되면 임기를 지속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관련해서도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을 제기해 1,2심 모두 승소한 바 있다. 현재 대법원의 판단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법원은 현행법상 내부통제기준 등 지배구조법 위반으로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25일 손 회장은 정기이사회를 통해 사외이사들에게 한 달가량 중징계 대응 방안과 거취 등을 결정하기 위해 시간을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우리금융은 정기이사회에서는 경영성과에 대한 보고, 내년 경영전략 방향 외에 금감원이 손 회장에게 내린 제재 결과를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손 회장의 소송 여부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과거 DLF소송 같이 행정소송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손 회장이 소송을 포기하고 라임 징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면 DLF 소송 당위성마저 떨어트리면서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에 소송 자체는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르면 다음달 말에서 내년 1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해 회장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손 회장 거취에 대한 구체적 대응 계획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손 회장의 결정과 우리금융 지배구조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만일 손 회장이 DLF 사태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을 상대로 중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러한 결정을 모두 고려해 차기 회장 후보군을 확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이나 행정소송 제기는 전적으로 본인 의지에 달린 문제다 보니 사외이사들이 결정할 사안은 아니지만 차기 회장을 논하는 임추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다"며 "일단 손 회장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 일단 기다려본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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