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한달전까지 최종 시행여부 불투명···투자자·증권사 ‘혼란’
국민의힘, 금투세 2년 유예 카드로 개미군단 포섭하며 민주당 공격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내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시행될지 안될지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물론 전산시스템을 개발해놓고 대기하고 있는 증권사들도 금투세 시행이 불확실해지면서 속이 타기는 마찬가지다.

2020년 여야합의로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던 금투세는 주식·펀드·채권 등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으면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거래소에서 거래되는 국내 상장주식은 매각차익에 따른 세금이 없다. 현행법상 국내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이상의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을 가진 ’대주주‘에게만 부과된다. 국내 상장주식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이 비껴가는 공간이다.

상장주식 매매차익 비과세는 자본주의 역사와 시스템을 고려하면 기형적 세제에 가깝다. 영국 등 서구권에서 시작된 자본주의의 ‘스탠다드’ 세제는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자산 양도에 따른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20%수준의 세금을 분리과세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가 수백년동안 자산의 양도에 따른 매매차익에 대해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매겨야 하는지에 대해 수많은 논의와 시행착오를 거치고 나서 결론을 얻은 글로벌 스탠다드 룰이다. 그래서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비슷한 분리과세 체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상장주식을 제외하면 비상장주식, 해외주식, 부동산 등 각종 자산의 매매차익에 따른 양도소득에 대해서는 타 자본주의 국가처럼 20% 전후의 세금이 분리과세되고 있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국가들의 경우 미국과 영국 등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편입이 늦었고 증시 출범도 늦었다. 로컬적 특성이 결합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가 여전히 남아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박정희 정부 시절 증권거래법을 제정하고 대한증권거래소를 개소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주식 양도소득에 대해 세금이 비과세 조치됐는데 이후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고 있다.

2020년 여야가 금투세 도입에 합의한 배경에는 이러한 선진과세 체계 도입이라는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금투세 도입에 합의하기 앞서 과연 우리나라 증시가 선진국 시스템으로 편입될만한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와 국내 상장기업들의 주주가치 외면에 대한 징벌적 제재 논의가 선행됐어야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금투세 도입 논란은 국가 조세체계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정치권의 이해득실에 따른 정쟁 도구로 변질된 상황이다.

개미들은 큰손들의 주식 매도로 본인이 가진 주식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금투세 시행에 대해 무조건 반대하고 있다. 정의로운 명분보다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에 금투세 도입에 반대 목소리는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특성을 파악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2년 유예 강공을 펼치며 지지율 반전의 계기로 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칙대로 강행을 고수하면서도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가 제출한 금투세 시행 2년 유예 등의 법안을 다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여야 이견에 파행을 맞고 있다.

정부안대로 금투세가 2년 유예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다음번 총선에서도 금투세 시행 추가 연기를 정쟁 이슈로 꺼낼 것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총선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꽃놀이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총선에서 표를 깎아먹는 불리한 싸움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번에 금투세가 도입되지 못하면 사실상 금투세 도입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의 조세체계가 정당간 유불리에 좌지우지되는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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