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한 덕장 이미지로 직원 통솔 필요···주무관 사건으로 복지부 주목 분위기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조규홍 현 보건복지부 장관이 복지부에 제1차관으로 발령 받아 근무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 5월 중순이다.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캠프에 소속돼 그를 보좌한 인물이다. 능력과 실력은 기본으로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에서 요직만 거친 그의 경력은 고위공직자로선 화려한 편이다.
하지만 직원들이 전한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외부에서 전입한 간부는 직위 높고 낮음에 관계 없이 기존 직원들 눈치도 보고 부드럽게 행정과 정책을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당시 조 차관은 원칙에 맞게 그리고 매우 엄격하게 직원들을 상대하며 업무보고를 진행했다는 직원들 전언이다. ‘원칙에 맞게 그리고 매우 엄격하게’는 조 장관 입장을 배려하고 예우를 갖추는 차원에서 정제한 표현이다. 실제 조 장관에 대한 직원들 평가가 어떤지 독자들 상상에 맡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자는 조 장관에 대한 비판을 최대한 자제했다. 일단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며 복지부라는 낯선 정부중앙부처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비정규직을 포함, 1000여명 직원을 거느린 국무위원이란 점도 감안했다. 이러는 사이 이른바 주무관 사건이 터졌다. 알려진 대로 복지부 주무관이 직원들만 로그인해 접근 가능한 유니모 사이트에 ‘지친 우리부 직원들은 누가 위로해 주나요’라는 글을 올린 일이다.
당시 주무관은 “인사발령이나 업무보고에서 직원 배려 없이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며 “최근 몇 차례 차출만 보더라도 차출 직원이나 인사과 직원 모두 전달받거나 결정된 것 없이 혼란만 가중되고 헤매기만 하는 것 같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 글 밑으로 역시 이름이 공개된 공감 댓글이 잇달아 달린 것은 그만큼 복지부 직원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증명으로 볼 수 있다.
단순하게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한 직원 차출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차출과 함께 진행되는 사안이 불합리한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물론 조 장관 전입 후 인사 난맥상과 무리한 업무보고 시스템도 문제가 많다. 직원들이 조 장관을 지칭할 때 부르는 별명이 있다. 이 별명은 기재부에서 근무할 때 직원들이 붙여 준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에는 이를 수입한 직원도 알려진 상태다. 단, 이 글에서는 직접 거론은 하지 않겠다.
이 별명은 조 장관 입장에서는 유쾌한 것이 아니다. 업무보고에서 엄격한 업무 파악과 대응전략을 요구하는 장관 특성을 감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 장관도 이 별명을 알 것이다. 결국 결론은 누가 봐도 자명하다. 이미 직원들이 모두 알고 부르는 별명은 없앨 수 없다. 하지만 조 장관이 덕과 겸허한 인품으로 직원들을 통솔하면 그와 현재 복지부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가라앉고 분위기는 좋아지며 가장 중요한 행정과 정책도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 대책이라며 대대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행위는 조 장관이 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싶다. 대개 정부부처 보도자료가 그러하듯 1번부터 번호를 붙여 7번이나 8번까지 나열하고 기자는 순서대로 쓰며 ‘아울러’나 ‘이밖에도’ 표현까지 동원하는 사태를 최소한 복지부 직원들에게는 적용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부 독자는 장관이 외부에서 왔으므로 공정하고 바르게 인사를 단행했고 업무보고도 원칙에 맞게 진행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최소한 복지부가 그렇게 원칙대로 돌아가는 상항은 아니라고 본다.
기자는 6개월 간 진행됐던 조 장관을 둘러싼 구체적 상황을 이 글에서 일일이 언급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다.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현재 별명이 아닌 ‘덕장’이다. 복지부 장관을 마지막 공직으로 알고 몸이 부서져라 일만 하며 소수지만 그를 존경하는 직원을 보유한 장관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