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사실상 승인···양사 합병시 34개 슬롯·11개 운수권 이전해야
LCC, 런던·로마·바르셀로나 등 주목···운수권 재배분 전에 중장거리 노선 취항하며 운항 경쟁력 입증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영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을 사실상 승인하며 합병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양사 합병에 따라 배분될 중·장거리 노선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LCC는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했으나, 이번 기회를 통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8일(현지시각) 홈페이지를 통해 “대한항공이 제출한 수정 제시안이 수용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CMA는서울과 런던을 운항하는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뿐인데, 양사가 합병할 경우 독점으로 인한 품질 저하 및 가격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항공 측에 독과점 해소 방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으며, 이번에 새로 제출한 시정조치안이 영국 정부의 요구안을 만족 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선 시정조치안이 수용된 만큼, 최종 기업 결합 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영국 정부가 양사 합병을 승인할 경우 다른 국가들의 기업결합 심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양사 합병에 대해 시간을 두고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합병 불허가 아닌 만큼 최종적으로는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유럽연합(EU), 일본, 중국에서도 기업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은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하거나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심사를 종료했다.
양사 합병이 이뤄질 경우 LCC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한국공정거래위원회는 양사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하며, 독점 우려가 있는 노선에 대해 향후 10년간 슬롯 및 운수권을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 반납 대상은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8개 노선 등 34개 슬롯과 11개 노선 운수권이다.
특히 반납 노선 중에는 뉴욕, 로스앤젤레스, 바르셀로나, 런던, 파리, 로마, 시드니 등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이 대거 포진된 만큼 국내 LCC 입장에선 이들 운수권·슬롯을 확보할 경우 수익이 대폭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LCC들은 코로나19 이전 일본과 동남아 노선에 치우치면서 출혈경쟁에 따른 수익 악화를 겪은 만큼, 포스트코로나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과 맞물린 시점에서 수익성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LCC 가운데 중장거리 노선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다. 앞서 티웨이항공은 기존에 사용하던 보잉사 대신 에어버스사의 중대형기 ‘A330-300’을 기용할 만큼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적극적인 곳이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A330-300 3대를 도입하면서 호주 시드니, 크로아티아, 호놀룰루, 싱가포르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계획이다. 또한 내년부터 평균 3~4대의 중대형기를 도입하며 오는 2027년까지 대형기 20대, 중소형기 30대 등 총 50대 기단을 운영할 방침이다.
앞서 정홍근 티웨이항공 대표는 A330-300 도입 행사에서 “양사 합병으로 인해 운수권이 재배분될 경우 가장 주목하고 있는 곳은 파리, 로마, 런던, 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등 유럽 노선”이라며 “이들 노선은 합병에 따른 재배분이 없었다면 50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을 운수권”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에어프레미아도 보잉사의 중대형기 ‘B787-9’를 도입하며 인천~LA 노선에 취항했으며, 현재 3대인 항공기를 오는 2025년엔 10대까지 추가해 장거리 노선 중심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이들 뿐 아니라 플라이강원도 전날 중대형 항공기 ‘A330-200’ 기종을 도입하며 중장거리 노선 취항을 위한 준비 작업을 마쳤다. 플라이강원은 감항검사와 보안측정, 시범비행 등과 국내선 운항을 마친 뒤 내년 1월부터 국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우선 베트남과 대만을 중심으로 운항하다가 추후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노선까지 넓혀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내년 완료된다고 가정할 경우 순차적으로 운수권 배분이 이뤄질 텐데, 운수권 배분 과정에서 경쟁력을 입증하려면 미리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한 경험이 있어야 유리하다”며 “이를 대비해 LCC들이 중장거리 노선 취항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제주항공은 내년부터 보잉사의 차세대 항공기 ‘B737-8’ 40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면서 단일 기종을 통한 비용 절감 효과 함께 일본, 동남아, 중국 등 중·단거리 노선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지난 6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장거리 노선은 대형기가 있어야 해 초기 투자 비용이 크다”며 “신기종 도입을 통해 운항 효율성을 높이면서 장기적으로 대한민국 제2의 항공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