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국내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
수신 규모 감소한 카뱅도 올릴 가능성

서울 을지로 케이뱅크 사옥 / 사진=케이뱅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대형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은 가운데 케이뱅크는 은행권 최초로 인상을 단행했다. 이번 결정으로 케이뱅크의 예금금리는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당분간 케이뱅크는 시중의 자금을 모으는데 좀 더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선 지난달 예금 규모가 크게 줄어든 카카오뱅크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단 예상이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날부터 ‘코드K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인상했다. 가입 기간 12개월 이상 2년 미만은 연 4.6%에서 0.4%포인트 인상해 연 5.0%로 올렸다. 가입 기간 6개월짜리는 연 4.2%에서 0.5%포인트 올려 연 4.7%를 제공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상향조정 했다는 것이 케이뱅크의 설명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이번 결정으로 케이뱅크의 예금금리는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이 됐다. 특판 상품을 제외하면  12개월 상품은 SC제일은행(5.3%) 다음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6개월 만기는 신한·하나·SC제일·Sh수협은행과 함께 가장 높다. 케이뱅크는 그간 자유 수시입출금 상품인 ‘파킹통장’ 금리를 파격적인 금리인 2.7%를 적용했다. 이벤트성 상품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시중의 자금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중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올 하반기 들어 예금금리 경쟁을 벌였다. 그 결과 보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당국은 상황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에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에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인상 후 아직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았다. 

케이뱅크는 이번 결정 전에도 높은 수준의 예금금리를 통해 자금을 대거 확보했다. 케이뱅크의 올해 9월 말 기준 예·적금을 비롯한 수신 잔액은 직전 분기인 6월 말 대비 11%(1조3100억원) 급증했다. 가상화폐 거래량이 감소해 업비트 계좌 제휴 효과를 누리기 어려운 상황인데도 거둔 성적이다.

/자료=은행연합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하지만 연이은 예금금리의 상승은 케이뱅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이뱅크는 수신금리를 높게 유지하는 동시에 대출금리도 낮은 수준을 설정했다. 케이뱅크는 주택담보대출(아파트담보대출)의 경우 현재 최저 연 4.07%로 은행권에서 가장 낮다. 신용대출(5.77%), 전세대출(4.92%)은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낮다. 그 결과 올해 9월 말 케이뱅크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NIM)은 2.44%로 직전 분기 대비 0.03%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0.27%포인트 급등한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뱅크가 수익성 하락 우려에도 불구하고 예금금리를 높게 정하는 이유는 기업공개(IPO) 때문으로 해석된다. 케이뱅크는 내년 초 상장 성공을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주식시장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장 흥행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IPO를 미루자니 지난해 유상증자 때 얻은 자금 중 7250억원이 자본으로 인정받지 못한 점이 걸린다. 자본으로 분류되려면 상장에 성공해야 한다. 

금융권에선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나머지 인터넷은행도 예·적금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수신 잔액이 직전 월 대비 약 1조5759억원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가 8100억원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은행권 예금금리 경쟁에서 카카오뱅크가 밀린 결과다.

인터넷은행은 예금이 아니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오거나, 은행채를 발행해 자금을 자체 조달하는 시중은행과 사정이 다르다. 이에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올리지 않는 만큼 카카오·토스뱅크가 케이뱅크처럼 이를 자금 확보의 기회로 여길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가 예금금리 인상 스타트를 끊었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도 금리를 올릴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며 "시중은행이 예금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하고 있는 만큼 인터넷은행 입장에선 자금을 모으는데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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