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9% 역성장 예상···올해 전망치도 5%포인트 하향 조정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메모리 시장 약세와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미국 제재 영향으로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설비투자 전망치도 이전보다 5%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26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1466억 달러(약 194조1700억원)로 올해 전망치인 1817억 달러(240조6600억원)보다 19%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이는 금융위기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됐던 2008년(-29%)과 2009년(-40%)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내년 메모리 기업들과 중국 업체들의 설비투자는 각각 25%와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수요 위축으로 공급 과잉 구조가 형성돼 투자 필요성이 낮아졌고,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장비를 사들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미국 행정부는 지난달 18나노미터(nm) 이하 D램, 128단 낸드플래시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IC인사이츠는 올해 설비투자 규모도 전년 대비 24% 증가한 1904억 달러(252조2800억원)에서 상승폭을 19%로 낮춰 잡았다. 가파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따른 경기 둔화로 증설 계획이 축소됐단 분석이다. 올초 이후 반도체 공장 가동률은 90%를 상회했지만, 최근 들어 낮아지는 추세다.
주요 반도체 기업들도 투자 축소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액을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겠다고 밝혔고, 웨스턴디지털과 마이크론은 설비투자비를 각각 20%와 30% 넘게 감축할 예정이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도 올해 투자비를 10% 삭감했다.
최근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반도체 산업육성법도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촉진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520억 달러(68조95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이 지급될 예정이지만, IC인사이츠는 이 자금이 추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