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 세포 치료제, 전세계 기업 개발 진행중
현 2조억 원대 시장, 2031년 8조 억 원대 전망
"소규모 기업도 시장 주도층" 아웃소싱 등 활발
앱클론·큐로셀 임상 중···"기술이전 필수로 생각"

[시사저널e=김지원 기자] 카티(CAR-T) 세포 치료법을 적용한 치료제 개발에 국내 기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제조 공정의 복잡성·수요 증가 등으로 기업 간 아웃소싱이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경쟁력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한 국내사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카티 세포 치료법은 암세포를 저격하는 원리다. 먼저 암세포의 속임수로 무력해졌던 면역 세포인 T세포를 각 환자의 몸에서 꺼낸다. 여기에 특정 항원을 인지해 공격하는 유전자(CAR·키메릭 항원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발현시켜 증식·배양한다. 이 T세포를 환자의 몸에 다시 넣으면, 특정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작용을 한다.

카티 치료제는 내 몸의 면역반응을 이용한다는 장점과 한 번 투약으로 6개월 정도 효과가 지속하는 점 등으로 주목받았다. 정상 세포까지 타격을 주는 타 항암제, 유지 효과가 짧은 표적항암제의 한계를 보완하며 높은 효과성을 보인다는 평이다.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기업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가 발간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카티 세포 치료법 시장은 2021년 17억 달러(약 2조2500억 원)에서 2031년 61억 달러(8조9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연평균 13.5%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 확대와 더불어 제품 매출도 성장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BMS의 카티 세포 치료제 ‘아베크마’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레얀지’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7% 성장했다. FDA승인 제품인 노바티스의 ‘킴리아’도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선 킴리아만 허가되어있다. 올 2월 FDA승인을 받은 존슨앤드존슨의 카티 치료제 ‘카빅티’는 두 분기 만에 7900만 달러(약 112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다.

카티 치료제 시장은 소규모 기업에게도 활짝 열려있다는 분석이다. 카티와 같은 유전자 세포 치료제 수요는 날로 늘어나는데, 제조 공정은 복잡하다. 환자 개개인에게 맞춤형으로 생산·공급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런던 소재 컨설팅 회사인 루츠 아날리시스는 “빅 파마도 아웃소싱이 필요하다”라며 “관련 기업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 시장 주도자 중 39% 이상이 소규모 기업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CAR-T 스타트업 순위./자료=메디컬 스타트업, 표=정승아 디자이너

세계 각지 스타트업 역시 카티 치료제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의료 스타트업 분석 매체 ‘메디컬 스타트업’은 카티 치료제를 만드는 스타트업 규모 순위를 매겼다. 상위 10개 기업에는 미국·영국·체코· 독일·싱가폴 등 다국가가 이름을 올렸다. 1위는 미국의 페이트 테라퓨틱스로 총 12억 달러(약 1조6000억 원) 펀딩액을 기록했다. 영국의 오톨루스가 6억3170만 달러(약 8400억 원)로 그 뒤를 이었다. 5위는 체코의 소티오 바이오테크(3억1690만 달러·약 4000억 원), 7위는 싱가폴의 테사 테라퓨틱스(2억5600만달러·약 3400억 원)였다. 중국의 JW테라퓨틱스, 프랑스 셀렉티스는 각각 1억9000만 달러(약 2500억 원)· 1억8130만 달러(약 2400억 원)로 13,14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기업도 적극 뛰어들고 있지만, 대부분 개발 초기 단계다. 임상 단계인 곳도 있다. 앱클론은 지난해 12월 CAR-T 치료제 ‘AT101’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혈액암 환자 대상 국내 임상 1/2상을 승인받았다. 내년 1분기쯤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AT101은 혈액암을 유발하는 단백질(CD19)을 표적한다. 항원 결합부위(에피토프)가 타 치료제와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앱클론 관계자는 “다른 물질이 코끼리의 등에 붙어 작용한다면, AT101은 코끼리 눈에 작용한다고 비유할 수 있다”라며 “눈이 타격을 더 많이 받는 것처럼, 현재까지의 카티 치료제와 차별화된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큐로셀은 지난해 2월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CRC01' 임상 1/2상을 허가받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인프라와 자금 규모는 충분치 않다는 분석이다. 각 사는 해외사와의 협력, 기술이전을 통해 보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기술이전, 아웃소싱 등이 활발한 분야이기에 기대감이 높다. 앱클론 관계자는 "기술이전을 필수로 보고 있다"라며 “해외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을 현재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큐로셀 관계자 역시 “해외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