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지주 최고재무책임자 맡아
이재근, 김기환도 CFO···CEO '등용문'
이 내정자, 화학적 결합 완성이 과제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초대 대표 내정자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금융지주가 통합 생명보험 계열사인 ‘KB라이프생명보험’의 초대 수장으로 이환주 KB생명 대표를 내정했다. 이번 인사로 KB금융 계열사 대표로 가는 '등용문'은 최고재무책임자(CFO)란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해 지주 CFO를 역임한 바 있다.   

KB금융은 23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를 개최하고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법인인 ‘KB라이프생명보험’의 초대 대표이사 후보로 이 대표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대추위 관계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구되는 보험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검증된 리더십을 보유한 인사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라며 “후보자군들을 대상으로 면밀한 검토를 한 결과 이 대표가 적임이라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KB금융지주 CFO 부사장과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 부행장, 개인고객그룹대표 및 외환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지주와 은행의 주요 핵심 직무에 대한 다양한 경험과 그룹 전반의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겸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KB금융 계열사 대표는 잇달아 CFO들이 차지했다. 지난해 전격 임명된 이재근 KB국민은행장도 지주에서 CFO 상무를 거쳤다. 지난 2020년 말 임명된 김기환 KB손해보험 사장도 지주 CFO를 맡았다. 양종희 KB금융 부회장도 재무 관련 주요직을 거친 바 있다. 

무엇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금융권 내에서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삼일회계법인 부대표로 지내다 2002년 고(故) 김정태 국민은행장의 부름을 받아 국민은행 부행장을 맡은 그는 이후 2010년에 지주 CFO로 임명됐다. 윤 회장은 상고 출신으로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재무적 식견에 밝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편, 통합법인 KB라이프생명은 내년 1월 1일 정식 출범하게 된다. 금융권에선 이 내정자가 KB라이프의 ‘화학적 결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푸르덴셜생명은 그룹에 편입된 기간이 2년 남짓 정도이기에 KB생명과는 기업 문화가 많이 다를 수 밖에 없다. 현재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은 정보통신(IT), 회계, 인사(HR) 분야 등을 공동 운영하는 등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내정자가 지휘봉을 잡은 만큼 KB생명이 통합법인에서 ‘형님’ 격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외형적으론 푸르덴셜생명의 규모가 KB생명을 압도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규모와 서열의 불일치는 자칫 통합 후 잡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규모가 비슷한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가 합병해 탄생한 신한라이프에서도 통합 1년차인 올해 인사 직급 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KB라이프생명의 출범으로 KB-신한이 생보업 분야에서도 더욱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라이프는 자산 규모 70조원 덩치의 통합법인으로 출범해 단숨에 업계 4위로 올라섰다. KB라이프는 약 40조원 정도로 신한라이프에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과 통합의 시너지효과가 나오면 향후 두 생보사가 대등한 수준으로 경쟁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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