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사,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7.1조···올 들어 1조원 ‘껑충’
“경기침체 및 카드이용액 증가로 리볼빙 증가세 지속”

카드업계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드업계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해 들어 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잔액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이 이를 정조준하고 나섰지만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가파른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원을 넘어섰다.

23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전업계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의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은 7조75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말(6조9378억원) 대비 2%(1378억원) 증가한 규모다.

리볼빙은 신용카드 연체를 방지할 때 이용하는 서비스로 일정 비율의 카드대금을 내면 나머지 잔액은 연체 없이 이월돼 나중에 갚을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연체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월된 금액에 대해서 평균 15% 이상의 높은 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연체를 피하려다 외려 이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올해 들어 꾸준히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해 말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이 6조823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년도 채 안 된 사이 잔액이 1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신한카드의 리볼빙 이월잔액이 1조4449억원으로 카드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카드 1조3544억원 ▲현대카드 1조2864억원 ▲삼성카드 1조1858억원 순이었다.

전월 대비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KB국민카드로 전월(1조3224억원) 대비 2.4%(320억원) 증가했다. 롯데카드는 9월 말 9207억원에서 10월 말 기준 9404억원으로 증가하며 2.1%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롯데카드의 증가율이 26.7%(1981억원)로 가장 컸으며 현대카드가 22.1%(2333억원)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올해 들어 결제성 리볼빙의 증가세가 심상치 않자 금융위원회는 증가 추이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8월 ‘신용카드 결제성 리볼빙 서비스 개선방안’을 내놨다. 개선방안에는 ▲리볼빙 설명서 신설 ▲채널별 설명의무 강화 ▲가입자에 대한 해피콜 실시 의무화 ▲리볼빙 수수료율 비교 안내 및 수수료율 산정내역 제공 ▲저신용자 대상 리볼빙 텔레마케팅(TM)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약관개정 및 전산 개발 등을 거쳐 8월 말부터 해당 방안을 순차적으로 시행해왔다. 지난 8월과 9월에는 리볼빙 수수료율 공시 주기 단축, 저신용자 대상 리볼빙 TM(텔레마케팅) 제한 등이 시행됐으며 카드사별 리볼빙 수수료율 비교·안내, 리볼빙 수수료율 산정내역 제공 등은 이달 들어 시행이 본격화됐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규제 조치에도 불구하고 리볼빙의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유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삼중고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리볼빙은 카드론과 마찬가지로 ‘불황형 대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카드 이용객이 카드값을 제때 갚지 못하면서 리볼빙을 찾는 경우가 많은 까닭이다. 특히 요즘과 같은 경제 3고(高) 상황에서는 카드대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이용객이 리볼빙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되면서 소비 심리가 회복되자 카드 사용액이 늘어난 점도 리볼빙 잔액 증가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올해 3분기 말 기준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85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리볼빙 자금 수요가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거리두기 해제 이후 숙박업소·음식점 등을 중심으로 카드 이용액이 늘어나면서 이용액 증가에 따라 리볼빙 잔액도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볼빙 개선방안은 8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되면서 이번 11월부터 모든 세부내용 시행이 본격화됐다”며 “개선방안이 시행된다고 리볼빙 잔액이 곧바로 감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점점 증가 추이가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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