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급등에도 10월 예대금리차 오히려 커져
자금난 겪는 중소기업···이자장사 비판 커질듯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서울 본점 전경 / 사진=각 사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지난달 예금금리가 크게 올랐지만 기업대출 금리도 급등한 결과 시중은행의 예대금리차가 예상보다 적게 감소했다. 이에 시중은행의 이자이익은 4분기에도 여전히 많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있어 은행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라 시중은행의 이자이익 증가는 ‘이자장사’ 비판을 더욱 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새로 내준 기업대출의 평균 금리는 전 달 대비 0.23~1.28%포인트 크게 올랐다. 가장 많이 오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10월 기업대출 금리는 5.56%로 직전 월 대비 1.16%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에 이어 신한은행은 0.71%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우리은행도 각각 0.65%, 0.6% 올랐다. NH농협은행은 0.23% 상승하는 데 그쳐 가장 적게 올랐다.  

자금사정이 급한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크게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5대 시중은행이 지난 8~10월 3개월 간 중소기업에 신규로 내준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4.52~5.03%를 기록했다. 한 달 전 기록인 7~9월 간 내준 대출의 평균 금리(4.17~4.58%) 대비 약 0.5%포인트 올랐다. 은행연합회는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를 3개월 단위로 공시해 직접 비교하긴 어렵지만, 10월에 새로 내준 대출의 금리가 급등한 결과로 풀이된다. 

가계대출 부문과는 정반대의 현상이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0.13~0.24% 오르는 데 그쳤다. 우리은행은 오히려 0.01%포인트 하락했다. 그 결과 가계부문 예대금리차는 5대 시중은행 모두 일제히 줄었다.   

기업대출 금리가 가계대출보다 더 많이 오른 이유는 준거금리의 차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은 보통 기업대출의 경우 양도성예금증서(CD·91일), 금융채(6개월) 등을 기준으로 금리를 산출하지만, 가계대출의 경우 보통 코픽스(COFIX)가 준거금리가 된다. 기업대출 금리가 시중금리 반영 속도가 더 빠르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위축되면서 금융채 금리도 크게 뛰었다. 

/자료=은행연합회,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기업대출 금리가 올라간 덕에 시중은행의 가계·기업부문을 모두 포함한 전체 예대금리차는 예상보다 적게 줄었다. 오히려 국민·하나은행은 각각 0.27%포인트, 0.34%포인트 증가했다. 최근 시중은행은 불안정한 금융시장 속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0.5~0.7%포인트 크게 올렸다. 상승세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금융당국이 예금금리 인상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정도였다. 이에 시장에선 은행의 예대금리차가 크게 하락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기업대출 덕분에 시중은행은 이자이익이 4분기에도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뒀다.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기준 총 이자이익은 28조8052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약 22% 급증했다. 시중금리의 상승으로 은행의 이자자산에 대한 수익성(순이자마진·NIM)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더구나 기업대출은 규모 자체도 올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달에도 5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702조6707억원으로 한 달 전 대비 9조7717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1조원 넘게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얼어붙은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한 기업들이 은행 대출을 찾은 결과다. 이달에도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포기 이슈 등으로 금융 시장이 회복하지 못한 탓에 기업대출은 다음달까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자이익이 계속 늘어나면 시중은행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최근 중소기업들은 경기 침체로 매출이 쉽게 늘지 않고 있는 동시에 자금난도 겪고 있다. 일각에선 우량 중소기업이 자금을 구하지 못해 부도가 나는 ‘흑자도산’이 발생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돈 구할 곳이 은행 대출 외엔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 은행이 역대급 이익을 거두게 되면 불만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도 시중금리 상승에 따라 기업대출 대출 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 입장에선 대출 금리 인상은 큰 부담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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