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부터 낙폭 확대
대출 규제·이자 부담에 거래 끊겨
올해 아파트 거래량 66건, 경기도 내 최저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준강남’으로 꼽히는 과천에도 부동산 한파가 불어닥친 모양새다.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시장 침체에도 가격 방어를 이어갔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직전 거래 대비 5억원 이상 급락한 거래도 등장했다. 대출 규제의 영향을 받는 고가 단지가 밀집한 데다 최근 규제 해제 지역에서도 제외돼 하락세가 가팔라지는 모양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5㎡ 지난 4일 12억6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같은 평형대가 17억8000만원에 거래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5억원 넘게 내린 것이다. 이곳은 2900가구 대단지로 일대에서 대장주로 꼽힌다. 앞서 부림동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85㎡는 지난 22일 15억8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졌다. 지난 4월 실거래 가격(20억8000만원) 대비 5억원 가량 낮게 거래된 것이다. 이 단지는 같은 평형이 지난해 12월 최고가인 21억5000만원을 찍으며 ‘20억클럽’을 달성한 바 있다.
매매가 뿐 아니라 전세가도 동반 하락세다.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 84㎡는 올해 9월까지만 해도 9억5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지만 이달 전세 호가가 6억9000만원까지 하락했다. 센트럴파크푸르지오써밋 전용 84㎡ 역시 지난해 12억8000만원에서 이달 호가가 7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과천 아파트값의 하락세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과천 아파트값은 36주 연속 하락했다. 특히 10월 중순부터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과천 아파트값 변동률은 10월 셋째 주 전주 대비 0.12% 떨어진 이후 ▲넷째 주(-0.29%) ▲다섯째 주(-0.48%) ▲11월 첫째 주(-0.16%) ▲둘째 주(-0.83%) 등으로 낙폭이 확대되고 있다. 누적 하락률은 5.08%를 기록했다.
집값이 급락하고 있는 건 매수심리 위축으로 거래가 끊기면서다. 경기부동산포털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과천에서 거래된 매매 건수는 66건에 그쳤다. 지난해 232건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거래 건수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지역은 과천시가 유일하다. 월평균 거래 건수는 6건으로 지난해 19.3건 대비 크게 줄었다.
거래가 없다 보니 매물만 쌓이는 형국이다. 부동산 빅데이터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2일 기준 과천시 아파트 매물은 413건으로 집계됐다. 1년 전 223건과 비교해 85.2% 늘어난 물량이다. 매물 증가율은 용인 처인구, 포천, 남양주, 이천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았다.
과천에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건 대출 규제와 금리가 영향을 미쳤다. 과천 일대 아파트 가격은 대부분 15억원을 초과한다. 당초 정부가 다음 달부터 15억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고, 규제지역 1주택자·무주택자의 주택담보비율(LTV) 규제 상한을 50%까지 풀어주기로 하면서 과천 부동산 시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있었다.
하지만 주담대 최고 금리가 연 7% 중반을 넘는 등 이자 부담이 커진 데다 소득수준별 대출 규제인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유지돼 매수자들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DSR 40% 규제 하에선 16억원 아파트 매입 시 LTV 50% 상한에 맞춰 8억원 대출을 받으려면 월소득이 1000만원을 넘어야 한다. 웬만한 고소득자가 아니면 최대한도까지 대출 받기가 어려운 셈이다. 아울러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은행 주담대 최고금리가 조만간 8%를 넘어 9% 선도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과천이 최근 규제 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0일 서울과 경기도 과천시, 성남시(분당구·수정구), 하남시, 광명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연내 추가 규제지역 해제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은행 주담대 최고금리가 조만간 8%를 넘어 9% 선도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LTV를 아무리 풀어줘도 소득이 적으면 완화된 대출한도를 다 받기 어렵고 또한 대출금리가 오르면 이자 부담이 커짐과 동시에 대출한도는 더욱 줄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과천의 경우 15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많아 현금 부자 아니면 매매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