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살만 왕세자 기업 소개 요청···떠날 때 사우디 초청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한국 기업을 앞으로 계속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과 사우디의 진정한 우정을 쌓아나가자’고 답했다”

17일 빈 살만 왕세자의 국내 일정을 동행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8일 청년주거지원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원 장관은 빈 살만 왕세자가 17일 0시 30분 서울공항에 도착해 이날 오후 8시 20분 다시 서울공항에서 출국할 때까지 ‘영예 수행장관’으로서 약 20시간을 함께 하며 ‘가교’ 역할을 했다.

왕위 계승권자이자 총리인 빈 살만 왕세자는 동시다발적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이끄는 실권자로 꼽힌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 기업이 사우디 측과 총 40조원 규모 투자계약·업무협약(MOU)을 맺을 수 있었던 배경이다.

원 장관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예정된 ‘메가 프로젝트’와 연관해 만날 한국 기업들을 다 생각해두고 온 듯 했다”며 “한국이 글로벌 경쟁력 지닌 분야에 대해서는 ‘한국이 베스트’라고 여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왕세자가 현대중공업의 항만 건설기술, 두산중공업의 터빈 발전설비 등 한국이 어떤 기술을 갖고 있는지 많이 알고 있었다”며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을 계속 소개해 달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우디 측은 한국의 원전·방산·수소 산업 등에 특히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에너지, 방위산업, 인프라·건설의 세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싶다”며 구체적 협력 분야로 수소 에너지와 소형 원자로 개발, 방산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협력을 거론했다.

앞서 원 장관은 이달 초 국내 22개 기업으로 이뤄진 수주 지원단을 이끌고 사우디를 방문했다. 당시 사우디 고위급 인사와 잇달아 회동하는 등 현지 네트워크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산업통상자원부가 사우디와 경제 외교를 주도했지만 이번엔 원 장관이 영예수행장관으로 꼽힌 배경이다.

원 장관은 “이제 네옴 쪽에서도 한국에 와야 한다”며 “네옴에서 하는 프로젝트에 한국 설계회사나 기기나 중소기업을 많이 집어넣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네옴은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하는 5000억달러( 약 670조원) 규모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여러 한국 기업이 공사 수주를 노리고 있다. 원 장관은 우리 산업부를 통해 사우디 투자부에 네옴에 참여할 기술력을 갖춘 한국 기업을 소개했다.

또 사우디 시장 진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 최근 제조업·ICT 역량을 강화하려는 사우디에게 한국이 관련 인프라를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장관은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시장에 너무 집중해 있었다. 이젠 국내 주택시장도 침체일 뿐만 아니라 국제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가면 인프라 시장 수주에 큰 장이 선다”며 “‘물 들어올 때 가서 노 저어야’ 한다”고 해외 건설시장 개척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사우디 프로젝트를 전 세계를 상대로 우리 기업 역량을 보여주는 무대로 쓸 필요가 있다”도 덧붙였다.

빈 살만 왕세자가 원 장관에게 다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해 원 장관이 조만간 사우디 출장을 다시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원 장관은 “빈 살만 왕세자 내한 이후 성과를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다”며 “네옴시티에도 대기업뿐 아니라 설계회사와 중소기업들도 참여하면 좋을 것이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이달 말 서울에서 사우디 자치행정주택부 공동 개최하는 ‘한-사우디 주택협력 공동세미나’를 수주전을 지원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원 장관은 “세미나에 (한국) 기업도 초청하고 사우디에서도 주택부만 올 게 아니라 발주처에서도 와 달라고 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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