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증 축소 스트렙토 제제 임상 유용성 입증 어려워···급여재평가, 1년 새 결과 변경 가능성 주목
약가 70원 구조상 수익성 높지 않아, 임상비용은 더 부담···업계 “급여 유지돼도 수익성 낮다”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최근 정부와 스트렙토 제제 환수협상을 타결한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이 향후 복잡한 절차를 남겨놓고 있어 첩첩산중이라는 지적이다. 두 제약사가 거액의 자금이 소요되는 임상시험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향후 임상재평가와 급여재평가 결과가 미지수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은 지난 14일 종료된 건보공단과 환수협상을 타결했다. 소염효소제 스트렙토키나제와 스트렙토도르나제 성분의 품목을 제조하는 37개 제약사가 공단과 환수협상을 진행했는데 이중 협상 결과가 확인된 사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타결한 제약사 환수율은 20%를 넘고 환수기간은 1년 안팎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환수협상이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시한 임상재평가에서 해당 성분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를 전제조건으로 공단과 제약사가 청구금액 환수율과 환수 대상 기간을 협상하는 것을 지칭한다. 즉 환수협상은 임상재평가 실패 시 제약사가 뱉어내야 할 금액과 기간을 결정하는 과정이다.
이같은 협상은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급여재평가 결과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공단에 지시해 진행한 것이다. 재평가에서 스트렙토 제제는 급여삭제로 결정됐지만 식약처 지시에 따른 임상재평가가 남아 있어 일단 급여삭제를 1년간 유예하고 환수협상을 한 것이다. 이에 협상을 타결한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은 급여재평가 유예가 확정됐다. 반면 결렬된 제약사들은 스트렙토 제제 급여삭제가 확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은 향후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한미약품은 현재 자사가 주도하는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 적응증에 대한 임상시험을 마무리한 후 보고서를 내년 5월까지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SK케미칼도 ‘발목 수술 또는 발목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 임상시험을 종료해 결과 보고서를 내년 8월까지 식약처에 내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두 개 적응증에 대한 임상이 남아 있지만 향후 임상시험이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 2017년 8월 식약처가 임상재평가 대상을 공고한 후 이듬해인 2018년 11월 적응증이 축소됐다. 스트렙토 제제 기존 적응증은 ‘수술 및 외상 후, 부비동염, 혈전정맥염 질환 및 증상의 염증성 부종의 완화’와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 두 개였다. 하지만 현재는 ‘발목 수술 또는 발목의 외상에 의한 급성 염증성 부종의 완화’와 ‘호흡기 질환에 수반하는 담객출 곤란’만 남은 상태다. 즉 ‘수술 및 외상 후’가 발목에 한정돼 축소됐고 부비동염과 혈전정맥염 질환 및 증상은 삭제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차례 적응증이 축소된 상황인데 현재 진행하는 스트렙토 제제 임상시험에서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가능성을 자신하기 쉽지 않다”며 “입증 가능성이 높다면 환수협상에서 포기하거나 결렬한 제약사가 극소수에 그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대형 제약사가 주도하는 두 개 임상시험이 성공하며 임상적 유용성을 입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임상재평가를 통과한 후에도 스트렙토 제제 급여 유지를 위해서는 급여재평가를 내년 다시 받아야 하는 관문이 남아 있다.
업계에는 올해 급여재평가와 내년 급여재평가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게 판단하는 시각이 존재한다. 급여재평가는 특정 성분 의약품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미흡한 품목은 급여에서 퇴출시키거나 또는 일부 제한하는 정책을 지칭한다. 이같은 평가가 1년 사이 반대로 전환될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반면 1년 후를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시각도 업계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제조건은 임상재평가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급여적정성 여부를 명확히 규정하기 힘들 때 임상적 유용성이 입증된 임상재평가 결과가 판단기준이 될 것”이라며 “제약사들이 1년 유예를 수용한 것은 임상재평가에 올인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절차를 진행하는데 소요되는 자금을 감안한 약제 수익성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제약사가 수익성을 완전히 무시한 상태에서 경영할 수는 없다. 스트렙토 제제인 한미약품 ‘뮤코라제정’과 SK케미칼 ‘바리다제정’ 약가는 70원이다. 이처럼 낮은 약가에서는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한계라는 지적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약가 인상이 논의됐던 감기약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도 일부 유사한데 50원이나 70원 같은 약가로는 수익성이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약가와 원가구조가 상대적으로 높은 품목군으로 대체해 생산하는 것이 수익성 차원에서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임상재평가를 위한 임상시험 비용이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비용은 피험자 숫자와 여러 변수로 천차만별이지만 막대한 자금을 필요로 하는 점은 사실”이라며 “이번 환수협상을 앞두고 해당 제약사들은 분주하게 계산기를 두들기며 수익성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이미 임상시험에 자금을 투입한 상황이고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은 임상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환수협상을 타결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성만 놓고 보면 여러모로 불투명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환수협상을 타결한 제약사 예상대로 임상재평가를 통과해도 마지막 남은 급여재평가에서 변수도 예상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 급여재평가 결과를 보면 무난하게 마무리된 것으로 보이지만 당초 여파가 예상됐던 셀트리온제약 고덱스캡슐의 자진 약가인하가 숨어있다”며 “내년에는 정부가 어떤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할지 짐작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언급은 약가 70원 약제의 자진인하가 어렵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책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는 견해로 풀이된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스트렙토 제제 환수협상을 타결한 한미약품과 SK케미칼은 임상재평가와 급여재평가라는 두 관문 통과라는 난제를 안고 있다. 임상시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상황에서 해당 약제 수익성을 업계가 우려하는 모습이다.제약업계 관계자는 “내년에도 급여재평가가 예정돼있어 스트렙토 제제 건은 해당 제약사에만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라며 “내년 재평가까지 통과해 급여가 유지돼도 수익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